국내유일 젖소개량사업소 "심각단계 가정하고 차단 방역 집중"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구제역이 더는 확산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잠잠해진 틈에 충북과 전북에서 구제역이 발생,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을 키우는 전국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젖소 종자를 공급하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사실상 '초비상' 상태다.
사업소는 국내 전체 젖소 농장의 절반에 우수 씨젖소의 정액을 공급하는 곳이다. 나머지 절반은 수입업체가 수입해 공급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유일한 젖소 종자 공급원이다.
전체 면적 66만㎡에 달하는 이곳에서는 씨젖소 16마리와 후보 씨젖소 41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씨젖소의 마리당 가격은 3억∼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우수 품종을 위해 후대에 태어난 젖소까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한마리를 키우는데 평균 7년이 걸리고 1년에 겨우 1∼2 마리를 선발하는 등 그 절차도 까다로워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런만큼 7일 기자가 찾은 사업소의 대비 태세는 여느 농장과는 달리 삼엄해 보였다.
우선 사업소 입구에는 '구제역 확산에 따른 긴급 차단 방역'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됐고 외부 차량의 진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사업소로 들어오는 사료운반 차량과 톱밥 운반 차량의 출입을 일시 중단했다. 사료와 톱밥 보유량은 열흘에서 보름 정도 여유가 있다고 했다.
또 지정된 사료 회사와 지정차량만 출입할 수 있게 조치했으며 외부인 출입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출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람과 차량에 대한 소독은 물론, 방역복을 입도록 하고 사업소 직원이 동반한 상태에서 축사 외부에만 머물게 하고 있다.
방역 소독도 강화했다. 정문에만 설치했던 소독장비를 사업소 3곳에 설치하고 차량소독소 2곳도 추가했다.
축사 내부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상황실을 가동, 수의사들이 씨젖소와 후보 씨젖소를 철저히 살피고 있다.
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구제역이 경계단계에 있지만 이곳에서는 심각단계로 가정하고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생산한 정액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의 고민거리는 행락객이 많이 드나드는 서삼릉과 경마교육원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점이다. 사업소는 구제역이 앞으로 더 확산하면 이들 기관에 출입인원 통제와 소독 실시 등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수의사 장호진 과장은 "구제역 차단을 위해 현재 철저한 소독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면서 "구제역이 더는 확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모든 젖소에 백신 접종을 마쳤고, 오늘 고양시로부터 백신을 추가로 공급 받았다"면서 "구제역 예방을 위해 오는 9일까지 모든 젖소에 보강 접종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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