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에는 이곳에만 있는 독특한 정월 대보름 풍습이 전해진다.
공민왕과 그 가족을 상대로 한 동제(洞祭·동신제), 안동부(安東府) 신목(神木)에 올리는 제사 등이다.
동제는 마을 구성원이 모여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洞神)에게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당제'(堂祭)라고도 한다.
공민왕과 그 가족을 신으로 받드는 동네에서는 올해도 대보름인 11일을 앞뒤로 주민이 모여 제사를 지내며 마을 사람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제사 대상은 공민왕과 딸, 며느리 등이다.
동제를 지내는 곳은 예안면 신남리 정자골 며느리당·구티미 딸당, 도산면 가송리 딸당, 용상동 공민왕당, 풍산읍 수곡리 국신당, 도산면 원천리 내살미 왕모당 등이다.
이 마을에서는 오는 10일 저녁 또는 11일 아침에 제를 지낸다.
고려 시대 많은 왕 가운데 안동사람이 공민왕에게만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홍건적 침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해 안동은 고려 임시수도가 됐다. 안동은 난리 중이었지만 새로운 활력소를 얻었다. 또 안동사람이 중앙 정치 무대로 진출하는 계기도 됐다.
그 뒤 안동사람은 원나라에 맞서 개혁정책을 추진한 공민왕을 마을공동체 신앙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안동시는 공민왕 몽진 사실을 기리고 민간신앙과 민속행사 보전을 위해 공민왕과 관련한 동제를 지내는 마을에 예산을 지원한다.
안동에만 있는 또 다른 정월 대보름 풍습으로는 안동부 신목제를 들 수 있다.
옛 안동 군수 관사 터(현 안동 웅부공원)에 있는 수령 800년가량 안동부 신목은 높이 15m, 직경 2m 안팎인 느티나무다. 신라 시대 의상대사(義相大師)가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1930년대 조사해 보고한 '한국의 지리풍수'에는 이 제사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
예전 안동 부사나 군수가 부임할 때 첫 신고와 매년 정월 대보름 전야반(前夜半·음력 정월 14일 자정) 제사, 이임·퇴임할 때 마지막 신고를 신목에 했다는 것이다.
안동시는 여러 기록에서 이 제사가 조선 시대 초기부터 이어져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안동부 신목제는 정월 대보름 0시에 안동시장이 제주(祭主)가 돼 준비한 제수를 신목에 진설(陳設)한 뒤 제사를 지낸다.
전통에 따라 제주를 맡는 안동시장은 제사 3일 전부터 근신하며 몸가짐을 깨끗이 한다.
제사가 끝나면 제수는 대보름 아침 안동시청 모든 직원이 나눠 먹으며 새로운 한해에 시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미신'으로 여길 수 있지만 수백 년 이어온 전통을 후대에 전달하는 의미가 있는 만큼 풍습 원형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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