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그동안 통합·연대설이 무성했으나 이번에 가시적인 첫 결과가 나온 셈이다. 손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치의 새판을 짜서 통합의 정치를 열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통합은 개혁세력 총결집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개혁공동정부의 수립에 찬동하는 모든 개혁세력은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통합 선언은 손 의장이 지난해 10월 정계복귀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지 110일 만에 이뤄졌다. 혈혈단신 국민의당과 통합한 손 의장으로선, 긴 정치 인생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시베리아를 넘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단단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을 놓고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 세력 간 대통합을 향한 바쁜 여정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의 후속 통합이 줄줄이 예상되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손학규계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손 의장에게 "먼저 가서 잘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 세력이 반(反) 패권 연대를 고리로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대선 향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에는 이미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있다. 이런 후보군이 어울려 경쟁하는 대선 경선장(場)을 세우면 이른바 '제3 지대'의 역동성이 배가되고 유권자 관심도 증폭되는 선순환 구조가 들어설 공간도 생길 수 있다.
이들 세력의 통합 명문은 패권주의 청산이다. 진보·보수로 이원화된 정치구도 속에서 진보 패권과 보수 패권을 동시에 견제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손 의장은 친박·친문을 겨냥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수구세력은 정권 욕심을 아예 버려야 한다",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철저히 배제하는 패권주의 집단이 정권을 잡는 것도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정면 비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는 진보와 보수 정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개혁 노선을 모색하는 제3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과 맞물려 향후 우리 정치 문화를 바꿀 만한 새로운 동력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 부정하고 불신하는 구태 정치의 폐단은 그동안 익히 봐와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패거리 문화, 패권 문화 청산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무엇인지는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있다. 말만 앞세우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이중성도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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