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과정에서 오랫동안 뒷돈이 오간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간부들이 짬짜미해 장기간 각자 잇속을 챙긴 구조적 채용비리가 확인된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가 정규직 취업이라는 높은 벽에 좌절하는 현실에서 '정규직 꿈'을 미끼로 노조 간부들이 돈을 받았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한국지엠의 채용비리를 수사해온 인천지검 특수부는 7일 이 회사 전·현직 임원, 현직 노조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등 31명을 업무방해와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에는 도급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발탁 채용'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회사 내에서는 "돈을 써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노조지부장 등 채용 브로커들은 지원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후 담당 임원에게 청탁했다. 임원들은 임금·단체 협상 등에서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채용 성적까지 조작해 가며 노조의 청탁을 들어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인천 부평공장에서는 6차례의 발탁 채용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346명 중 35.5%인 123명이 채용비리 연루자였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취업자들은 보통 1인당 2천만∼3천만 원을 채용 브로커인 노조 간부 등에게 건넸다고 하는데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최고액은 7천500만 원이었다. 정규직이 되면 연봉이 2배까지 오르고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몇 년만 정규직으로 일하면 브로커에게 준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몇 년째 발탁 채용에서 떨어진 비정규직 취업자들은 서로 먼저 채용 브로커한테 줄을 대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이 채용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한 뒷돈 액수는 11억5천200만 원에 달한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취업 장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관련 당국은 다른 기업에도 유사한 일이 없는지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정규직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꿈을 빼앗는 일은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 범죄다.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은 53.5에 불과하다.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여전히 32.8%나 된다. 정부 당국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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