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우회 화법으로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 민주후퇴에 경계심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1980년대 폴란드 공산정권 당시 일어난 자유노조 운동이 공산주의 체제 변혁과 자유민주주의 고양에 크게 기여한 사실을 회고했다.
구서독 함부르크 태생이지만 1990년 통일 전까지 옛 동독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의 이 언급은 폴란드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키고 사법권한 침해로 삼권분립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7일(현지시간) 같은 여성인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와 바르샤바에서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젊었을 때 나는 항상 폴란드에서 일어나던 일들을 주시했다"면서 "자유노조(솔리다르노시치) 운동이 없었다면 유럽 통합과 냉전 종식이 그렇게 빨리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공산체제 붕괴를 이끈 이 자유노조 운동을 높게 평가하면서 "그 이후로 우리는 한 사회에서 다원주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또한 독립된 사법체제와 독립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과정의당은 2015년 11월 집권 이후 헌법재판소와 관련한 법률 개정을 통해 헌재의 기능을 무력화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약화하고 공영방송을 정부의 선전도구로 만든다는 지적을 받으며 민주주의 후퇴 논란을 일으켰다.
폴란드는 현재, 여권의 최고실권자로 통하는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당수가 독일 일간지에 밝힌 것처럼 유럽연합(EU)의 개혁을 촉구하며 각 회원국의 주권 강화와 EU의 사법권 축소를 세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시드워 총리도 EU 조약의 개정 논의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음을 짚고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브뤼셀 EU로의 권한 집중에 반대하고 독일의 EU 내 발언권 증대를 마뜩잖게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안팎의 민주후퇴 비판여론을 고려해야 해서 독일 정부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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