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의사' 고스넬의 잔혹한 불법 낙태시술 해부한 신간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역사상 최대의 연쇄 살인마는?
탐사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앤 맥엘히니와 그녀의 남편 펠림 맥앨리어는 미국 최대 연쇄 살인범으로 '희대의 살인마'들로 악명 높은 존 웨인 게이시나 테드 번디에 앞서 16년 전 끔찍한 불법 낙태 시술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커밋 코스넬(76)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각각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현재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가 지난 1월 펴낸 신간 『고스넬』(부제 : 미국 최대 연쇄 살인범의 감춰진 이야기)은 그의 불법 낙태 시술 사건을 재조명하는 서적이다.
이들 부부는 과거 고스넬의 병원에서 일했던 '목격자'(직원)들의 생생한 증언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지탄받고 있는 고스넬에 대한 직접 인터뷰까지 관련 팩트들을 이 책에 풍부하게 담았다. 이들은 고스넬 인터뷰를 위해 그가 현재 복역 중인 펜실베이니아 주의 허팅돈 교정시설을 직접 찾은 첫 언론인이다.
고스넬 사건은 2011년 1월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고스넬이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을 판다는 제보를 받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2010년 2월 수사를 시작한 지 거의 1년 만에 끔찍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필라델피아 랭커스터 애비뉴 3801번지에 있는 클리닉에서 '임신 후기 낙태'(late-term abortion) 시술을 주로 한 고스넬은 약 30년 동안 수도 없는 불법 낙태 시술로 약 5천400만 달러(약 620억 원)의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 소개된 병원 관계자들의 증언과 재판 기록에 따르면 그의 수법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필라델피아 시 정부가 임신 24주 이후의 낙태는 철저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지만 고스넬은 6∼8개월 된 태아를 산채로 유도 분만한 뒤 태아의 목 뒤 등뼈를 가위로 절단하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특히 실제보다 임신 기간이 짧다고 산모를 안심시킨 뒤 직원들에게 태아의 크기를 작아 보이도록 초음파 진단 결과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피해자는 빈곤층과 이민자, 소수인종이 대부분이었다.
고스넬은 2013년 5월 갓난아기 3명을 포함해 4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그가 이런 방식으로 살해한 태아가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두 공동 저자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책에는 2010년 FBI의 첫 병원 급습 당시 피와 오줌, 의료폐기물이 썩는 냄새가 뒤범벅돼 코를 찌를 정도로 악취가 나던 상황, 태어나자마자 죽은 태아들로 가득 찬 냉동고, 극도로 불결한 의료도구 등에 대한 묘사도 적나라하게 돼 있다.
두 저자는 부인과 함께 여섯 자녀를 둔 고스넬의 뻔뻔함과 이중성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고스넬은 FBI가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이닥쳤을 당시 피아노에 앉아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체포 후에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뻔뻔한 변명을 늘어났다.
그는 심지어 교도소에서 한 이들 부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원치 않는 아이들을 없애준 것뿐"이라며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았다.
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한 1973년 1월의 역사적인 '로 vs 웨이드' 사건 판결 44주년 되는 해에 나온 이 책은 낙태에 대한 개인적 찬반 입장을 떠나 미국 사회와 지구촌의 뜨거운 이슈인 낙태 문제에 대해, 특히 산모에게도 위험한 불법 임신 후기 낙태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추천한다.
레그너리 출판사,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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