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보요원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이어 의혹 증폭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반(反) 푸틴' 성향의 러시아 시민 운동가가 급성 중독으로 중태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35)는 러시아 야당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를 기리는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지난 2일 미확인 물질에 의한 중독 증세를 보여 모스크바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중태여서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혼수상태를 유도했으며, 현재 상태는 안정적이다.
독극물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혈액 샘플이 프랑스와 이스라엘 연구소로 보내졌다.
카라-무르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미하일 호도르콥스키가 설립한 시민 단체인 '오픈 러시아'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5년에도 중독 증세를 일으켜 독살 미수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는 과거 넴초프와 함께 푸틴을 비판하는 시위를 조직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소치 올림픽 관련 부정·비리 보고서를 공동 작성하기도 했다.
넴초프는 2015년 2월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아내, 세 자녀와 함께 미국에 사는 그는 이번에 다큐멘터리 상영 준비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아내 예브게니아는 푸틴 대통령을 친구로 표현하며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푸틴은 친구가 아니라 살인자임을 트럼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푸틴은 살인자에 걸맞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 반정부 인사들이 독살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06년에는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던 전직 KG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영국에서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했다.
조사결과 러시아 비밀 요원이 리트비넨코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승인 아래 행해졌다는 분석을 낳았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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