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교토대 교수 등 미 해·공군 연구용역 대가 76억원 지원받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적지 않은 일본 연구자들이 전쟁 목적의 연구를 금지하는 학계의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대가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마이니치신문이 미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 일본 대학 연구자 128명이 미 공군과 해군으로부터 7억5천만엔(약 76억1천만원)의 연구비를 수령했다.
미군측은 이 기간 일본 연구자 125명의 미국 출장비용 5천만엔(약 5억800만원)을 대주기도 했다.
미군은 "미국만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귀중한 식견을 얻기 위해 일본 연구자들에게 연구용역을 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연구비 수령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마이니치 취재 결과 명문대인 교토(京都)대와 오사카(大阪)대 교수 9명이 각각 미 공군 아시아우주항공연구개발사무소(AOARD), 해군연구국(ONR) 관계 기관에서 모두 2억엔(약 23억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과제는 인공지능(AI), 레이저 기술 등 미군이 2014년 발표한 기술전략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AI는 무인병기의 자율형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으며 레이저 기술은 폭탄과 미사일을 대체할 수 있어 미군이 중시하고 있다.
일본 연구자들은 태평양전쟁에서 과학자들이 전쟁에 동원돼 새로운 병기 개발에 협력한 것에 반성해 자체적으로 '전쟁과 관련된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만들어 대체로 지키고 있다.
일본 연구계의 국회로 불리는 일본학술회의는 지난 1950년과 1967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성명을 각각 낸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올해 예산에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첨단 무기나 군 장비 관련 기술 연구 지원비를 110억 엔(1천117억엔)이나 편성하자 대학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야마자키 마사카쓰(山岐正勝) 도쿄공대(과학사) 명예교수는 "일본학술회의의 성명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일본 연구자들이 미군의 군비증강에 가담해서는 안된다"며 "학술계 뿐 아니라 전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적어도 135건, 총액 8억8천만엔에 이르는 미군이 제공한 연구비가 일본 대학 등 학술계에 제공됐다고 전했다.
오사카대가 3억200만엔(19건), 도쿄공업대가 5천880만엔(9건), 물질·재료연구기구가 7천110만엔(7건), 도호쿠대가 4천570만엔(7건),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 3천580만엔(7건), 교토대 2천70만엔(4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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