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외국인 대원들이 속속 대오를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은 지난달 북부 도시 모술의 IS 거점을 탈환하면서 '문제' 대원들의 명단이 든 IS의 문서를 입수했다. 주로 외국인 전사들로 구성된 '타리크 빈 지아드 대대' 소속 14명의 골칫덩이 대원들에 관한 신상기록이었다.
허리가 아파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겠다는 벨기에 출신 대원과 고국으로 돌아가 자살공격에 참여하기 위해 이라크를 떠나고 싶다는 프랑스 출신 대원에 관한 기록도 발견됐다. 시리아로 전출을 요청한 대원도 여러 명이었으며, 특별한 이유 없이 전투 참가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신문은 IS가 쇠퇴하면서 환상에서 벗어난 외국인 지원자들의 고국행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IS 문서는 24세의 알제리계 프랑스인 대원에 관해 "전투 참가를 원치 않고 프랑스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 순교 작전을 벌이고 싶다고 하며, 아프다고 하는데 의료 기록이 없다"고 덧붙였다.
파일에는 대원의 이름과 출신국, 거주국, 출생 일자, 혈액형, 특별히 잘 다루는 무기, 부인과 자녀 및 "여자 노예"의 수까지도 기록돼 있다.
파일에 수록된 신상 정보가 진짜인지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이 문건을 처음 발견한 이라크군 장교들은 사실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민중봉기가 폭력 양상으로 번지고 극단주의 단체들이 발호하던 2011년,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도 프랑스 출신자들이 가장 많이 IS에 가담했다.
프랑스 정부는 IS에 가담할 목적으로 지난해 상반기 시리아나 이라크로 향한 자국인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 275명과 미성년자 17명 등 700명 가까운 프랑스인이 이들 국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대테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이라크와 시리아로 들어간 IS 지원자 4천여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귀국했다. 약 14%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해외 어딘가에 머물고 있거나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슬람 무장단체 분석가인 아이멘 알타미미는 WP에 "외국인 대원들은 IS에서 겪은 경험이 자신들이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IS 문서를 처음 발견한 이라크군 부대의 무하마드 알타미미 중령은 "외국인 IS 대원들은 우리가 싸워본 가장 맹렬한 전사들이었다"며 "이들이 싸우기를 거부했다는 것은 IS가 가짜 이슬람이며 자신들이 기대했던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대테러리즘 교수이며 국제대테러센터 연구원인 에드윈 바커는 서유럽 출신 IS 전사들에 대해서는 정보기관들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보스니아, 코소보같은 국가 출신자들에 관해선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국경이 개방돼 있는 유럽에서 테러 공격을 벌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외국인 전사들의 귀국 '쓰나미'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과장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라크 대테러부대 사령관인 압둘 가니 알아사디 중령은 모술에 아직 상당수 외국인 전사들이 남아 있다며 이라크군을 겨냥한 350건의 차량폭탄 공격 가운데 다수가 이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모술 서부에 남아 있는 IS 대원들은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이 없다며, 이라크군 장성들도 치열한 전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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