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인 캄보디아가 최근 대만 국기 게양을 금지하는 등 친(親) 중국 행보를 강화하자 대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4일 중국·캄보디아 협회 만찬에서 캄보디아가 오랫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했다는 점을 들어 대만 국기가 게양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차이나포스트 등이 8일 보도했다.
훈센 총리는 또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중국의 주권 존중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것도 해서는 안된다"며 대만이 중국의 또 다른 성(省)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만 국경절 기간 호텔 내 행사를 포함해 어떠한 모임에서도 대만 국기를 게양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캄보디아는 차이 총통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작년 6월 대만의 항의에도 자국에서 체포한 대만 국적 보이스피싱 용의자 25명을 중국인 용의자 14명과 함께 중국으로 송환했다.
대만 중화민국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는 2014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프놈펜에 무역센터 개설을 승인받았다고 밝혔지만, 훈센 총리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무역센터 개설을 금지한 적 있다.
대만 정계는 캄보디아의 친중 행보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킴으로써 친독립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굴복시키려는 중국 측 노력의 결과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대만 민진당 가오즈펑(高志鵬)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중국 당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근거해 우리의 국제적 공간을 축소하려는 이러한 행위가 지속될 것"이라며 캄보디아가 대만 기업계의 이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투자 규정을 변경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싱크탱크(台灣智庫) 라이이중(賴怡忠) 집행위원은 중국이 대만 대중의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고립 전략이 중국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칭화(淸華)대 우융핑(巫永平) 대만연구소 부소장은 차이 총통이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지 않는 한 대만이 현재 보유한 21개 외교 동맹국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페이링(王佩玲)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훈센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만은 주권 국가이자 독립국으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캄보디아를 포함해 지역 국가들과 우호적이고 상호 이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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