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미국 새 정부의 외교안보 각료들이 최근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8일 중국 관영 환구망에 따르면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봉쇄론을 주장했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자신의 입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며 자신의 기존 주장에서 물러섰다.
틸러슨 장관은 문건을 통해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론하지 않은채 "사고 발생시 미국과 그 동맹, 우호국은 중국의 인공섬 진입, 사용이 위협이 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사시 미국의 저지 능력이 담보될 때에 한해 중국의 남중국해 접근 차단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으로 미국의 기존 주류 외교안보 정책과 상당히 근접한 내용이다.
틸러슨 장관은 서면답변 형식을 통해 이전의 구두발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며 미국이 중국의 상시적인 남중국해 도서 출입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대변인도 이 서면답변 내용을 확인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조금씩 중국을 안심시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매티스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세력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대규모 군사배치를 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미국 신임 정부의 기류 선회를 감지했는지 초긴장 상태였던 중국도 진정세를 보이며 유화 제스처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호주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은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양측 모두에 손실을 주고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미국 외교안보 장관의 이 같은 입장 개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보였던 대중 강경 태도에 비해 한결 이성적이고 실리적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 국제관계학회 이사는 "최근 미국 장관들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태도는 현실주의적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중국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예측 불가한 강경 태도를 보인 것은 중국과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주도권을 가지려는 사업가 특유의 협상 전략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학자들은 이런 협상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오빌 쉘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 소장을 단장으로 한 미국의 중국 전문가단은 최근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언행의 불확정성과 시진핑(習近平)의 강경한 내치정책이 충돌하면 미중 관계가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미중 양국관계가 현재 균형을 잃은 상태"라며 "무역, 대만, 남중국해 등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으면 양국은 경제, 군사 분야의 마찰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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