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당하고 잘려"…보건소기간제근로자 1인시위

입력 2017-02-08 11:23   수정 2017-02-08 11:50

"'갑질' 당하고 잘려"…보건소기간제근로자 1인시위

"합당한 이유없이 채용심사 탈락"…권익위·수원시에 이의 제기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아무리 계약직이지만 사람을 자르고 버릴 땐 합당한 이유와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에서 만난 김모씨(56)씨는 수원권선보건소가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방역수)로 일한 자신에게 '갑질'을 하고, 올해 채용심사에서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억울해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22일부터 12월 23일까지 210일간 권선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 소속 방역수로 일했다.

민원인들이 방역을 요청하면 다른 방역수 2명과 함께 방역차량을 몰고 권선구 지역을 돌며 가정집, 하천, 정화조, 웅덩이를 소독하는 일이 방역수의 임무다.

주말을 뺀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하면서 하루 일당 개념으로 5만8천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대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학자금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는 빠듯한 형편이었다.

7년여간 영업용 택시운전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보건소에서 모집하는 방역수에 채용된 그는 계약 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12월 23일 황당한 말을 들었다.

담당팀장·주무관과 함께 보건소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공무원들로부터 "다른 일자리 알아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별다른 사고 없이 묵묵히 일해와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것으로 기대했던 식사자리가 사실상 해고통보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1월 권선구보건소 기간제 근로자 공모에 응했으나, 심사에서 탈락해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와 함께 지난해 방역수로 함께 일했던 강모씨도 탈락했다.

그러자 김씨는 "열심히 사고 없이 일했는데도 돌아온 건 가산점이 아닌 '불합격 처리'"라면서 "우리와 상담 한 번 하지 않은 보건소가 어떤 자료와 근거로 우리 방역수를 평가했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인 자신이 당한 보건소의 갑질을 항의하자 보복성 인사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겪었다는 수치스러운 사례를 조목조목 적은 유인물과 피켓을 만들어 지난 2일부터 최근까지 권선구보건소와 수원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팀장급 공무원들은 통상 11시 30분께 보건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방역현장 출동을 위해 점심시간(12시) 10분 전에 밥을 먹는 우리에게 너무 일찍 먹는다고 지적을 했고, 오전 9시 출근 규정을 무시하고 오전 8시 30분 이전에 보건소 밖으로 방역차량을 이동주차하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말을 잘 듣는 다른 방역수와 달리 내가 부당한 갑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니까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근로당시에는 잠자코 있다가 채용심사에서 탈락하고 나서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약직이라는 신분상 '을'의 입장일수 밖에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참았는데, 부당하게 잘리고 나니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른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와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알리고 부당해고와 인권침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 상태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권선구보건소는 "우리는 배려한다고 했는데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권선구보건소 관계자는 "김씨는 다른 방역수와 달리 성격이 좀 강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은 민원인과 다투기도 했다"면서 "고생하는 방역수들을 배려한다고 한 말과 행동이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하니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보건소는 채용비리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심사에 보건소 공무원들로만 심사위원단을 꾸려 평가하고 있어 불공정한 채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공무원이 심사에 참여하는 다른 공무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경우 그 근로자는 안좋은 평가를 받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권선구보건소는 "다른 보건소와 협의해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도 기간제 공무원 채용 심사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김씨와 당시 함께 일했던 공무원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주장이 상반돼 추가로 보건소를 찾아가 갑질과 불공정한 채용이 있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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