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표면질량분석기반 약물 후보물질 확인 기술 개발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질병 관련 효소의 활성을 측정하고 활성 억제 여부를 분석해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이태걸 박사팀은 8일 질병 관련 효소와 이에 반응하는 펩타이드, 약물 후보물질을 반응시키고 질량 변화를 측정해 효소 활성억제 여부를 분석하는 '표면질량분석기반 약물 후보물질 확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최근 관심을 끄는 '글리벡' 내성 백혈병을 치료할 신약 후보물질 7가지를 도출했다.
효소는 생명 활동의 핵심이 되는 생체 촉매로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신약 개발 전 약물 후보물질 선별 단계에서 질병 관련 효소의 활성 억제 여부를 판결하는 기술은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질병 관련 효소의 활성 억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형광물질 기반의 약물 후보물질 스크리닝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 방법은 형광물질 자체의 화학적 영향 등으로 효소 활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약물 후보물질 스크리닝에 형광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질병 관련 효소의 활성 억제 여부를 측정하는 표면질량분석기술을 개발, 이를 과다하게 활성화되면 암·백혈병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인산화효소에 적용했다.
인산화효소와 이에 반응하는 기질인 펩타이드를 약물 후보물질과 함께 반응시킨 뒤 펩타이드만 선택적으로 금 코팅된 실리콘 기판에 흡착시켜 그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인산화효소가 활성화돼 펩타이드가 인산화되면 원래보다 질량이 증가하지만 약물 후보물질이 인산화효소 활성을 억제하면 펩타이드 인산화가 일어나지 않아 질량이 변하지 않는다.
질량이 변하지 않은 펩타이드와 질량이 증가한 펩타이드의 상대적인 양을 분석하면 약물 후보물질의 활성 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효소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후보물질 1만3천727개에 이 기술을 적용, 글리벡이 효과가 없는 돌연변이 인산화효소의 활성 억제 여부를 조사해 효소 활성을 50% 이상 억제하는 약물 후보물질 7가지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들 물질에 대해 독성과 세포작용 등 전임상 실험을 수행했으며, 앞으로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소의 활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추가로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이태걸 박사는 "이 기술은 하나의 기판 위에 다수의 물질을 검사할 수 있고, 비표지 질량분석법을 도입해 기존 스크리닝 분석법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잘못된 후보물질 도출을 배제할 수 있다"며 "중증 질병에 대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 중 사용 가능한 약물을 신속,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융합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 1월호)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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