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팀' 만들어 7년간 농아인 울려…총책 외제차·명품으로 호화생활
경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8명 구속…농아인 협회 간부도 연루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전국 농아인 수백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약 280억원을 받아 챙긴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들도 농아인인 이들은 '행복팀'이란 조직을 만들어 같은 농아인을 대상으로 6년에 걸쳐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 농아인들을 회유·관리한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투자사기 조직 핵심간부들이 가중처벌이 가능한 범죄단체조직죄로 구속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씨 등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웠고 금융지식도 부족했던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전화 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보호자를 사칭해 농아인들이 대출할 때 금융기관에 동행, 투자금을 송금하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 투자가 99%이며 농아인 투자는 1%에 불과하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 '집, 고급 외제차, 연금도 나온다'고 농아인들을 속였다.
'행복팀'은 내부에서 '제일 높은 분'으로 통한 총책 김 씨 밑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전국 조직을 대전팀,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등 4개로 나눠 관리했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대표는 팀원들에게 지시해 농아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화해 김 씨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했다.
투자자 물색 등 회원들을 직접 관리한 팀원들은 농아인들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하면 4∼5명씩 집이나 직장으로 몰려가 협박하거나 회유했다.
피해 농아인들은 각종 대출로 인해 매달 높은 이자를 납입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급 전원주택에서 살던 총책 김 씨는 수억원대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탔고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경찰은 지역대표들 주거지 등에서 현금 약 7억원과 범행에 사용된 통장 160여개를 압수했다.
수사과정에서 전국 농아인들을 대변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농아인협회 간부들도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김 씨에게 자신 명의로 외제차를 구매해 주거나 경찰 추적을 받을 때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농아인협회 시도협회장 가운데 한 명도 조직운영과 투자금 갈취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행복팀은 피해자들을 주변 인물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수년간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세뇌 교육을 반복해 수사가 진행된 후에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는 농아인들이 많았다"며 "하위조직까지 뿌리 뽑고 범죄수익은 몰수 보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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