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사라진 졸업식…"안팔려도 너무 안 팔려" 울상

입력 2017-02-09 07:00   수정 2017-02-09 10:28

꽃다발 사라진 졸업식…"안팔려도 너무 안 팔려" 울상

불경기·청탁금지법에 매출 반 토막…대구·경북 생화 하우스 30% 문 닫아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8일 낮 12시 30분께 대구시 수성구 대구여고 정문 앞길 한쪽에는 꽃다발 40여 점이 쌓여있었다.

이 학교 졸업식에 맞춰 온 한 50대 상인은 아직 팔지 못한 꽃다발을 보며 "제일 싱싱한 생화를 준비했다"며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꽃다발을 1t 트럭에 옮겨 실으며 "이제는 졸업 철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이날 초·중·고등학교 51곳이 졸업식을 열었다.

이처럼 졸업 시즌을 맞이했으나 화훼 농가와 꽃가게들이 다시 한 번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한국화원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과 불경기 영향으로 생화 소비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줄었다.

대구지회에는 "장사가 안된다"는 회원 전화가 잇따른다.

서신교 대구지회장은 "여성 회원 한 분은 이 상황이 믿기 어려웠는지 울기까지 했다"며 "전체 학교 졸업식이 끝나봐야 집계할 수 있겠지만 이미 매출은 예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어느 회원에게서도 "꽃다발을 전년 수준만큼 팔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이제 공무원 등 승진 철이나 입학·졸업식이 대목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가정용 생화 시장을 키워야 화훼업계도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차권 대구 불로화훼단지 회장은 "졸업식 때 동창회나 학부모회에 단체로 들어가던 화환이나 난은 아예 거래가 사라졌다"며 "개인 단위로 꽃다발만 겨우 팔린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화훼협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구와 경북 생화 재배 하우스 30%는 문을 닫았다고 했다. 생화 원가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대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보통 3만∼5만원인 졸업식 꽃다발 1개에 생화 수를 줄이거나 저렴한 비누 꽃이나 조화를 넣는 추세다.

달서구 한 꽃집 직원은 "경기가 이렇게 나쁘면 졸업식에서 생화 꽃다발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서구나 달서구에는 이미 비누 장미나 인조 목화솜을 섞은 2만원 짜리 꽃다발이 졸업식에 더 많이 쓰인다"고 했다.

sunhy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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