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돼지 항체 형성률 95% 이상…긴장 늦추지 않고 차단방역에 주력"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9일 오전 국내 축산자원의 보고인 충남 천안시 성환읍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는 업무 차량만 이따금 오갈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충북 보은, 전북 정읍, 경기 연천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축산자원개발부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성환목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418만7천497㎡ 규모의 축산자원개발부는 저지(Jersey)종 등 젖소 300여마리와 '제주똥돼지를 비롯한 돼지 1천100여마리 등 다양한 종축자원을 보유한 국내 축산자원의 보고다. 국민에게는 '성환종축장'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곳이다.
축산자원개발부 직원들은 '축산자원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구제역 발생 소식에 대한 반응이 전국의 어느 축산시설보다 민감했다.
수의연구사와 농업연구사 등 직원 150여명은 바이러스에 뚫릴까 우려하며 방역과 예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외부인들은 사무동 방문만 가능할 뿐 축사나 연구동은 접근할 수 없다.
사료 공급 차량이나 축사 바닥에 깔아줄 톱밥 운송 차량도 정문 앞에서 하역작업을 거친 뒤 내부 차량을 이용해 반입, 별도의 장소에 쌓아둔다.
사료나 톱밥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 축사에 공급된다.
연구원들의 위생관리도 철저하다.
농업연구관 조규호(49) 박사는 "에어샤워, 분무터널 소독, 섭씨 75도 건식소독을 거쳤더라도 젖소나 돼지를 접촉하려면 다시 축사전용 작업복과 작업화로 갈아입고 고온 건조소독, 자외선소독, 탈의 후 샤워, 다시 축사전용 작업복, 자외선소독을 또다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섭씨 72도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되는데, 고온 건식소독은 옷 속 깊숙이 살아있을지 모를 세균을 없애는 작업"이라고 귀띔했다.
가족 전염병에 대한 완전무균 청정상태 유지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것이다.
현재 축산자원개발부에서 기르는 젖소의 항체 형성률은 기준치(80%)를 크게 웃도는 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철저하게 백신 접종을 한 덕분이다.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췄지만, 직원들은 만에 하나 뚫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발을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노릇이다.
축산자원개발부가 신경을 쓰는 건 백신을 투여하더라도 항체 형성률이 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다.
현재 이곳에서 키우는 돼지의 항체 형성률은 95%에 달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공격에 철통방어를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정영훈 수의연구사는 "법적으로 4개월에서 7개월 간격으로 백신을 투여하게 돼 있지만, 재래돼지와 개량종인 '축진듀록' '우리흑돈' 3종 모두 4개월 간격으로 촘촘히 관리하고 있다"며 "그래도 언제 뚫릴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축산자원개발부는 돼지를 지키기 위해 종축장 안팎을 초미립자살포기(ULV)로 소독하고 있다. 외부와 주변 도로는 광역살포기로 하루 두 차례 방역작업을 한다.
정 연구사는 "청정 종축장을 사수한다는 각오로 차단방역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한 치의 오차가 없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y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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