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 파기환송심서 5년 징역형·집행유예"…"항소해서 대선 출마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해온 러시아의 유력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0)가 8일(현지시간)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내년 대선 출마가 어렵게 됐다.
나발니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재출마와 당선이 유력시되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돼 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키로프시(市) 레닌스키 구역 법원은 이날 나발니의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고 5년 징역형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발니에게 50만 루블(한화 약 960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나발니가 지난 2009년 키로프주(州) 주정부 고문으로 일하면서 주정부 산하 산림 채벌 및 목재 가공 기업 '키로프레스' 소유의 목재 제품 1만 큐빅미터(㎥), 1천600만 루블(당시 환율로 약 5억6천만원) 어치를 빼돌려 유용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나발니는 그러나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다시 상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당시의 1심 판결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혐의는 완전히 거짓이고 조작된 것이며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나발니는 유죄 판결로 내년 대선 도전이 어렵게 됐지만 "헌법재판소에 상소해서라도 출마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이날 파기환송심을 맡은 키로프시 레닌스키 구역 법원은 지난 2013년 판결에서 나발니에게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키로프 주법원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지난해 2월 러시아 법원의 판결에 대해 나발니의 합법적 기업활동을 범죄행위로 본 잘못된 판결이라며 나발니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러시아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으며 키로프시 레닌스키 구역 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심리를 시작한 바 있다.
러시아 야권에선 1심 판결 때부터 나발니에 대한 유죄 판결을 '제2의 호도르콥스키 사건'이란 비판이 제기됐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형사범죄자로 처벌하는 옛 소련 시절부터의 악폐가 되살아났다는 비판이었다.
한때 러시아 최고의 석유재벌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을 하다 지난 2003년 체포돼 사기와 탈세,횡령 등의 죄로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지난 2011년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과 푸틴 대통령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면서 반(反) 푸틴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푸틴 정권 인사들의 비리와 부패를 폭로하는 일을 계속하며 지난 2015년 피살된 주요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와 함께 유력 반정부 인사로 부상했으며, 내년 대선에서도 푸틴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로 점쳐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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