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 문예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 별세

입력 2017-02-09 01:55  

'환상문학' 문예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 별세

'환상문학서설'로 이름 널리 알려…르몽드 "인문주의의 선구자" 평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변방에 머물렀던 '환상문학'을 문학연구의 중심적 반열에 올려놓은 문예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7세.

8일 르몽드와 뉴욕타임스는 불가리아 출신의 문예학자이자 사상사학자인 토도로프가 일종의 퇴행성 신경질환인 다계통위축증을 앓다 별세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문예비평가이자 철학자로 당대 지성계의 '스타'였던 롤랑 바르트에게 수학한 그는 1973년 펴낸 '환상문학서설'(Introduction a la litterature fantastique)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같은 환상에 기반을 둔 문학작품의 구조적 특징을 파헤친 명저로 꼽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문학도들의 교과서로 통용되고 있다.

그는 이 저서를 통해 환상문학 장르를 문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립, 주변부 문학으로만 취급되던 이 장르를 문학 연구의 중심적 반열에 위치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9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소피아대학을 졸업한 뒤 공산당 독재를 피해 1963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바르트의 지도로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73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문학연구에서 출발해 1980년대부터는 인간의 폭력성과 문명 등으로 시야를 넓히는 등 탐구 주제를 계속해서 확장해왔다.

지난해 12월 르몽드와 한 인터뷰에서는 프랑스 사회가 당면한 문제로 테러리즘의 위협과 함께 정부의 과잉 대응을 꼽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프랑스 북부의 한 성당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신부를 흉기로 살해한 일을 언급하며 "중동의 마을을 공습하는 것은 프랑스 성당에서 누군가를 흉기로 살해하는 것보다 덜 야만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인명을 살상한다"며 서구의 IS 격퇴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토도로프는 '문학이론,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텍스트들'(1965), '우리와 타자들'(1989), '야만에 대한 두려움: 문명의 충돌을 넘어서'(2009) 등 문학과 사회, 문명과 관련한 분야에서 수십 권의 저서를 남겼다.

르몽드는 부고 기사에서 "토도로프는 공산주의 몰락 이후의 지성계의 전환점과 번민들을 헤쳐왔다"면서 그를 20세기와 21세기 초를 목도한 '인문주의의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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