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反난민 정서 완화에 도움" 기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3년 동안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서 5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인 이탈리아가 망명 신청자들을 공익을 위한 노동에 무급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마르코 민니티 내무장관은 8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망명신청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이 인력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작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런 계획은 수년 동안 대규모 유입된 난민이 이탈리아 곳곳에 나뉘어 배치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반(反) 난민 정서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난민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난민들의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민니티 장관은 "이들에게는 보수를 주지 않기 때문에 난민들의 노동으로 이탈리아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노동 시장에 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난민들의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동안 붕 뜨는 시간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일부 지자체는 현지 난민 센터에 수용된 난민들을 잔디 깎기, 철책 칠하기, 쓰레기 치우기 등의 공공작업에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동원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카를로타 사미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AFP통신에 "많은 난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루에 몇 시간 동안 공동체를 위해 유용한 일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도 심리적으로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난민들은 이론적으로는 망명신청을 한 지 2개월 후부터는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유급 일자리는 매우 희박한 실정이다.
한편, 밀라노에 본부를 둔 다인종연구재단(ISMU)에 따르면 작년 이탈리아에 망명신청을 한 사람은 12만3천 명으로 20년 만에 최다로 치솟았다. 이 같은 숫자는 전년보다 47%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1만1천400명은 미성년자로 집계됐다. 신청자 가운데 절대다수인 85%가 남성이었다. 국적별로는 나이지리아 출신이 전체의 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파키스탄(11%), 감비아(7%), 세네갈(6.2%)이 뒤를 이었다.
망명 신청자의 3분의 2가량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이탈리아는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등 전쟁과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 난민들에게는 체류 허가를 내주는 등 일정한 보호 조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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