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행동과 말을 단서로 삼아 미국 공항에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를 적발하는 행동탐지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국 공항의 안전을 책임지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국(TSA)조차도 '행동탐지' 방식으로 테러리스트를 검거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발표했다.
8일(현지시간)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ACLU는 1만2천 쪽 이상의 TSA의 자체 보고서와 학술 논문 등을 분석한 결과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적발하는 TSA의 행동탐지를 본질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날 밝혔다.
TSA는 '관찰기법에 의한 승객검사'(Screening Passengers by Observation Techniques·SPOT)라는 테러리스트 적발 프로그램을 2007년 각 공항에 도입했다.
사복을 입고 공항 검색대 주변에 배치된 특별 훈련 요원들이 승객의 얼굴에서 긴장, 두려움, 기만 등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94개 범주에 드는 표정과 행동 징후를 포착하면, 해당 승객의 추가 보안 검사를 진행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TSA는 2007년 이래 10억 달러(약 1조1천460억 원)를 투입해 미국 내 176개 공항에 행동탐지 요원 3천 명을 배치했다.
문제는 투자 대비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는 데 있다.
미국회계감사원은 2013년 이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고 테러리스트 적발에서 결정적인 방식이 될 수 없다고 평했다.
TSA의 의뢰로 보고서를 작성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과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진도 "수십 년간 속임수 판단의 정확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졌지만, 탐지율은 미동도 없었다"면서 신체의 신호로 거짓말쟁이를 골라낼 수 있는 전제가 결점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행동탐지 방식이 라틴계나 중동 여행객을 겨냥한 인종 프로파일링으로 이어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ACLU는 지적했다.
행동탐지 요원 중 일부는 '테러리스트=무슬림'이라는 편견 탓에 무슬림, 아랍, 시크교도 승객들을 칭하는 은어인 '타월 헤드(towel head)'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ACLU는 소개했다.
TSA는 행동탐지가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좌절케 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고, 일반적인 기술과 달리 새로운 무기나 전술이 나왔다고 금세 용도 폐기되는 기법이 아니라면서 당장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는 ACLU의 주장을 일축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