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쟁'으로 미국 두쪽…곳곳에서 '트럼프 홍역' 극심

입력 2017-02-09 05:30   수정 2017-02-09 07:23

'문화전쟁'으로 미국 두쪽…곳곳에서 '트럼프 홍역' 극심

언론·문화예술·연예·스포츠 등 각 분야서 이념대립 심화

문화전쟁 중심엔 '트럼프'…'지지 vs 반대' 치킨게임 형국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문화예술·연에·스포츠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극심한 '문화전쟁'(Culture War)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언론을 비롯해 문화예술·연예·스포츠·패션 등 각 분야에서 온통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류 언론 간 대립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플로리다 주 탬파에 있는 맥딜 공군기지 연설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그의 연설 요지는 "언론에 나오는 부정적인 여론조사는 가짜뉴스다",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나에 대해 소설을 쓴다", "부정직한 언론이 테러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간 전쟁의 불똥은 결국 오는 4월 29일로 예정된 워싱턴 언론계 최대 사교행사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으로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고 있는 잡지 '뉴요커'와 '배니티 페어'가 연례 만찬 협찬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카터 배니티 페어 편집장인 그레이던 카터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보이콧 이유를 묻자 "트럼프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만찬 대신 낚시나 갈 것"이라고 했다.

배니티 페어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첫해부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공동으로 주최해왔다. 현재로써는 이번 만찬의 협찬사는 블룸버그뿐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특히 코미디언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번 연례 기자단 만찬 참석을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례 만찬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류 언론들에서도 기자단 만찬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코미디언이자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서맨사 비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언론사 초청 '맞불 행사'를 열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0일 공화당 대선 주자 자격으로 기자단 만찬에 초청받았을 당시 "언론이 부정직하다"면서 불참한 바 있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최근 중동 국가들로부터 피카소와 마티스 작품을 넘겨받아 전시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내용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다.






대형 유통업체 노드스트롬이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매장에서 퇴출하기로 한 것도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근이 된 셈이다. 반 트럼프 단체의 불매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지갑을 움켜쥐어라'(Grab Your Wallet)라는 이름의 반 트럼프 단체는 지난해 10월 여성의 생식기를 '움켜쥔다'는 언급이 담긴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트럼프 브랜드 불매 운동을 펼쳐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 계정에서 "노드스트롬이 내 딸 이방카를 매우 부당하게 대우했다. 끔찍하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트럼프 디스'(Diss·상대를 비난한다는 힙합계 용어)가 유명 배우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8일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시종 '트럼프 성토장'이었다. 이날 평생 공로상을 받은 메릴 스트리프를 비롯해 수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잇달아 비난했다.






정치와 비교적 무관한 스포츠계도 '트럼프 블랙홀'에 빠졌다.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제51회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경기는 단연 트럼프가 주제였다.

슈퍼볼이 열린 휴스턴 NRG 스타디움 주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단장 겸 감독인 빌 벨리칙과 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세계적인 맥주 회사 안호이저-부시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은 슈퍼볼 경기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한 '깜짝 광고'를 선보여 화제에 올랐다.






산업계에서도 '트럼프 몸살'을 앓고 있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났다. 칼라닉이 자문단에 들어가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우버를 삭제하자'(#DeleteUber)는 캠페인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동되자 난민 1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스타벅스 불매 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트럼프에게 찍혀야 유명해진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존 루이스(민주당) 하원 의원이 쓴 소설 '마치'(March)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망해가는 신문사'라는 혹평을 들었던 뉴욕타임스와 배니티 페어의 정기 구독 신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민·낙태 옹호 등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기부금도 급등했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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