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보다 '영리한' 훈련으로 '오래 뛰는' 선수 늘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인간 수명 100세 시대와 함께 바야흐로 스포츠에서도 노장 선수 전성시대가 열렸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을 가리는 제51회 슈퍼볼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군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의 나이는 40세.
브래디는 지난해 50회 슈퍼볼에서 우승한 덴버 브롱코스의 페이튼 매니(당시 40세)까 이어 슈퍼볼 정상에 오른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쿼터백이다.
그는 45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막을 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해 4년 6개월 만에 메이저대회 권좌를 탈환해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18'로 늘린 로저 페더러(36·스위스), 같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친언니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를 꺾고 축배를 든 세리나 윌리엄스(36·미국)도 30대 중반에 노장 만세를 불렀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플로리다 팬서스의 라이트 윙 야로미르 야그르(체코)는 올해 45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스포츠 각 종목을 휩쓰는 노장의 지배 현상을 분석했다.
럿거스 대학의 건강·인간 수행센터의 운동생리학자인 숀 아렌트는 "지난 5∼6년간 노장 선수들의 활약에 주목해왔다"면서 "과학과 운동 기술의 진보가 프로스포츠의 지배자와 스타 운동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 방송이 노장 성공의 전형으로 꼽은 이가 바로 미국 여자 수영 선수 다라 토레스(50)다.
토레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24년간 5번이나 하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다.
특히 41세에 출전한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영 50m 자유형, 400m 혼계영, 자유형 400m 계영에서 모두 은메달을 따내자 나이를 잊은 토레스의 역영에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현역 때 한참 어린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할머니'로 불린 토레스는 나이 서른을 넘긴 뒤 근력이 떨어지고 피로 해소 속도가 길어지자 힘을 앞세운 훈련 대신 힘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연습으로 현역 생활을 45세까지 이어갔다.
'열심히' 보다 '영리하게' 훈련하는 게 노장들의 훈련 비법이다.
그는 수십 년 어린 후배들과 벌인 2012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 경쟁에서 아깝게 패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단거리 스프린트와 같은 종목에선 젊은 선수가, 지구력이 절대적인 종목에선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을 아는 나이 든 선수가 유리하다. 오랜 랠리가 이어지는 테니스는 선수의 지구력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
실제 수영에선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나이가 20세라면 초장거리 사이클 경기에선 40세에 가까울수록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은다.
사회 통념을 깨고 100세 이상의 사이클 선수는 고령에도 기량과 산소 소비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심장박동수 모니터, 수면 추적기, 혈중 젖산농도와 같은 생물학적 테스트 등 여러 지표가 노장 선수 연구에 새로운 통찰력을 준다고 평했다.
가령 혈중 젖산농도가 낮으면 선수들은 근력을 극대화하지 않고도 근력을 현재 최대치에 근접한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어 경기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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