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성장과 감세,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미국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자금이 대거 몰려들면서 가격은 계속 오르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은 하향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크본드 시장이 달궈지고 있는 것은 법인세 인하로 투기등급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들고 규제 완화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으며 경제가 회복되면 매출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정크본드 중에도 최하단에 있는 'CCC' 등급 기업들이 회사채의 신규 발행이나 차환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1년 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다.
CCC 등급 기업들의 차입도 종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이뤄지고 있다. CCC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1년 전 21.7%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10% 선까지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회사채와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도 1년 전 650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됐으나 현재는 259bp로 좁혀진 상태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원자재 가격의 급락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시장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HSBC의 메리 바워스 펀드매니저는 "지난해에는 시장에 공포가 가득했지만, 트럼프의 당선 이후 주식시장이 강세장으로 변하면서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스탠디시멜론 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도 "투자자들이 새로운 정책에 대한 낙관론에 힘입어 더 편안한 마음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조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미국에서는 1조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4천억 달러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의 만기가 집중돼 고비가 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애널리스트들은 은행과 비은행의 대출 기준이 완화되지 않고 있고 신용카드와 오토론의 부도율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은행의 부동산과 제조업 대출 증가율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UBS의 스티븐 카프리오 투자전략가는 경제 펀더멘털의 악화 가능성과 정치적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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