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정수석실 압수수색 무산으로 물증 확보 애로 관측
특검, 禹 소환 내주로 연기…결정적 '한방' 찾기 주력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 가운데 하나로 꼽힌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석이 지연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 전 수석은 한때 국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여러 의혹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특검 수사에서 이를 범죄 혐의와 연결지을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정권의 국정 기조를 보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며 곳곳에 '촉수'를 뻗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 입성한 뒤 작년 10월 말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2년 넘게 권부의 핵심에 있었던 만큼 그를 둘러싼 의혹은 다양하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비리 행위를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했거나 묵인·방조한 의혹을 산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강제 모금 등에 대한 이석수(54) 전 대통령 직속 특별검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이 전 감찰관의 해임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각각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으로 특검법상 명시된 수사 대상이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해 한직으로 좌천시키고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승객 구조 책임 방기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특검에서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이러한 의혹들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물증 확보 작업과 주변 인물 소환 조사를 병행해왔다.
다만, 현시점까지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입건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공무원 퇴출 의혹이 그나마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가장 근접했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지가 불명확해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의 특검 출석이 지연되는 것도 이러한 수사 상황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특검은 애초 이번 주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일정을 다음 주로 미뤘다.
검찰 재직 당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우 전 수석의 예상되는 방어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1차 수사기한이 이달 28일 만료되는 데다 수사기한 연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반드시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 사실상 좌절되면서 증거 확보 작업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검은 지난 3일 시도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에 민정수석실을 집행 대상 장소로 기재했다.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규명하려면 민정수석실에 보관된 업무 일지와 보고·지시 문서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었다.
특검 관계자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되면서 수사 진행에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긴 건 맞지만 결정적이거나 중대한 요인은 아니다"라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계획된 방향과 속도로 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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