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배움의 터, 범죄 발생 예상해 들어오는 것 있을 수 없다"
(구미·상주=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찰이 중·고교 졸업식에 폭력적인 뒤풀이를 예방한다며 학내에 들어가 학교 자율성 침해란 논란을 빚고 있다.
경북도내 경찰서들은 2월 한달을 강압적인 졸업식 뒤풀이 예방기간으로 정해 중·고교 졸업식장인 강당, 운동장은 물론 교실까지 들어가 캠페인을 하고 있다.
구미경찰서는 최근 하루 4∼5개 중·고교 졸업식장에 정복 차림 경찰관 3∼4명씩을 배치했다. 졸업식이 많은 9일에는 경구고 등 25개 중·고교 졸업식장에 파출소 직원까지 동원해 50여명을 배치했다.
상주경찰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상주여고, 함창중·고교 등에 경찰관들을 보내 강압적인 뒤풀이를 예방하는 활동을 했다.
상주경찰서는 3학년 교실마다 돌면서 '뒤풀이는 안 된다고 전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보이며 캠페인을 벌였다.
경찰은 교육지원청과 학교 허락 아래 학내에 들어가 폭력성 뒤풀이를 예방하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문과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에 경찰이 들어가는 행위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 임무가 범죄 예방과 진압이지만 학교를 마치 범죄 발생 예상지역으로 판단해 미리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미 경구고 졸업식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취지는 이해하나 졸업식장에 경찰이 미리 범죄행위를 차단하러 온 것 같아 축제 분위기를 깼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은 "요즘 학교 졸업식장에서 밀가루 뿌리기 등 행위를 하지 않는다. 저녁에 시내에서 따로 모여 행사를 한다"고 했다.
한 교사는 "경찰이 학내에 들어오는 것은 교권 침해이고 학교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며 "학교가 어떻게 범죄 예방지역이라며 미리 들어와 캠페인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예식 경북대 사범대학 교수(영어교육과)는 "배움의 터전을 범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경찰이 미리 학내에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서구에서는 학내경찰조차 임무가 매우 제한적이고 학교에서 요구하지 않으면 함부로 활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는 자율적인 공간"이라며 "학교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때만 요청에 따라 경찰이 들어갈 수 있고, 뒤풀이 예방은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일이지 경찰이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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