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반성은커녕 범행 일체 부인…중형 불가피"
교육청 전 행정국장·측근 등 공범 3명은 각각 징역 5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억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2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끝에 불구속 기소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육감에게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4억2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이 교육감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측근 A(62)씨와 인천시교육청 전 행정국장 B(59·3급)씨 등 공범 3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대해 "피고인은 뇌물, 정치자금 불법수수, 회계보고 누락 등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핵심 증인인 A씨의 진술과 검찰 증거를 토대로 종합해 볼 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역 교육계 수장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함에도 사회에 충격과 실망을 안겼고 책임 있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경제적 이득을 독차지했음에도 공범에게 책임을 떠넘겨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이상 현직 교육감인 신분을 고려해도 구속해야 한다"며 이 교육감을 이날 법정 구속했다.
구속기소 된 공범 3명과 달리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이 교육감은 이날 짙은 색 양복을 입고 지인들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와 최종 선고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두 손을 모은 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교육감은 선고가 끝난 뒤 "법정 구속해야 하는데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진실이 가려지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현직 인천시교육감이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나근형 당시 인천시교육감은 불구속 기소됐다가 현직에서 물러난 뒤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2014년 7월 전국 시·도 교육감에 취임한 2대 주민 직선 교육감 가운데 구속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구속으로 이 교육감의 직무는 이날부터 자동 정지됐다. 박융수 부교육감이 권한대행을 맡을 전망이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서는 취재진과 교육청 직원 등 100여 명이 재판을 지켜봤다.
이 교육감과 함께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납득하기 참 어렵고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승복하기는 어렵지만, 재판부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교육감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6억원, 4억2천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이 교육감은 2015년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인천의 한 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 이사(57) 등으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4년 2∼3월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홍보물과 차량을 계약하는 대가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 차량 업자로부터 각각 4천만원과 8천만원 등 총 1억2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 등도 받았다.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사전 구속영장을 2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결국 이 교육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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