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회, 남수단 자위대 '전투 발생' 보고 놓고 해석 공방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남수단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파견된 일본 육상자위대가 현지정세 일보에서 "전투"가 있었다고 보고한 것을 놓고 일본 국회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위대 남수단 현지부대 보고서의 "전투가 있었다"는 표현에 대해 "사실행위로서의 살상행위는 있었지만, 법적인 의미의 전투행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국회 답변에서 (전투라는) 헌법 9조 상 문제가 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무력충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진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민진당을 비롯한 야 4당은 "(전투라는 표현을 무력충돌로) 바꾸면 헌법 9조 위반이 아니라는 건 말장난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답변"이라며 집중심의를 통해 정부를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 정부의 PKO 참가 5원칙은 "분쟁당사자 간의 정전(停戰)합의"를 조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전투행위"가 있다고 인정하면 PKO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현지정세를 토대로 "전투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야당은 정부가 "(PKO) 참가를 전제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진당 고야마 노부히로 의원은 전날 방위성이 공개한 남수단 현지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 등을 토대로 "탱크가 동원되고 박격포를 이용한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적혀있다"며 "전투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다그쳤다.
이 보고서는 애초 방위성이 "파기했다"며 존재를 부인하다 정보공개청구 등 궁지에 몰리자 뒤늦게 내놓아 해외 파견 자위대의 무력 사용을 확대한 것과 관련, 불리한 정보를 고의로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서다.
이나다 방위상은 "법적인 의미의 전투행위는 국제적인 무력분쟁의 하나로 이뤄지는 살상·파괴행위"라는 정부견해를 되풀이했다. "문서에서 일반용어로서 '전투'라는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법적인 의미의 전투행위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자위대가 '전투'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고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고 추궁하자 "가령 (전투행위가) 있었다면 헌법 9조의 문제가 된다"며 헌법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용어를 언급했다. "국회 답변 때 헌법 9조 상 문제가 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진, 공산, 자유, 사민 등 야 4당은 국회대책위원장 회의를 열고 집중심의를 통해 방위상의 발언을 추궁하기로 했다. 공산당 고쿠타 게이지 의원은 "(정부가) 헌법 9조에 비추어 (PKO 파견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남수단에 파견된 육상자위대는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출동경호'를 일본 정부가 처음 부여한 부대다.
일본 정부는 작년 3월 논란 끝에 시행된 안보관련법의 후속조치로 작년 11월 남수단 자위대에 이 임무를 부여했다. 자위대가 능동적으로 전투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군국주의화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일본 내외에서 제기됐다. 현지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위대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사히(朝日)신문은 9일 자위대 보고서에 "전투"로 기재돼 있는데도 방위상이 "전투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건 전투행위에 말려들면 헌법 9조가 금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전투행위를 "국가 또는 국가에 준하는 조직 간의 분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사람을 살상하거나 물건을 파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남수단 대통령파와 전 부통령 파의 전투에 대해서도 전 부통령 파가 " 지휘게통과 영역을 가진 세력이 아니어서 국가에 준하는 조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더라도 전투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자위대 활동도 무력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야당이 현지 실태를 들어 공격해오면 우리는 법률이론으로 응수할 뿐"이라는 방위성 간부의 말을 전하면서 방위성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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