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 첫 발생 후 재정지출 8천300억원 대 3조3천억원
재정 열악 지자체가 20% 분담…보상금 주다 지방재정 거덜날 판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터지면서 재정이 빠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 AI가 발생한 후 지난 10일 오전 0시 기준 3천312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역대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던 2014년의 1천396만1천 마리 살처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발생이 뜸하다가 지난 6일 전북 김제에서 AI가 추가 발생한 만큼 여전히 진행형이다.
설상가상으로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터진 구제역이 전북 정읍, 경기 연천에 이어 다시 보은에서 추가 발생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악의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터지자 일선 지자체 방역 담당 직원들은 '파김치'가 된 모양새다.
지자체의 고민은 방역 외에도 가축 전염병 수습 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데 있다. AI에 이어 구제역 살처분 부담금까지 정부와 8대 2의 비율로 분담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살림살이가 더욱 쪼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AI가 발생한 전국 340개 가금류 사육 농가에 지급해야 할 살처분 보상금은 2천612억원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 1천17억원의 2.6배 규모이다.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1종 전염병인 AI가 발생한 농가에는 손실액의 80%,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미발생 농가에는 100%가 보전된다.
이 보상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8대 2로 분담한다.
2011년까지는 살처분 보상금 전액을 정부가 부담했으나 이듬해부터 지자체의 방역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보상금 20%를 지자체에 부담시키고 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은 닭·오리를 살처분한 경기지역 보상금은 1천257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250억원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보상금이 500억원인 충남은 100억원을 지방비로 충당해야 하고 전북은 283억원 중 56억원, 충북은 236억원 중 48억원을 대야 한다.
살처분 매몰 비용과 방역비용, 매몰지 사후 관리 비용 등을 더하면 지자체 부담은 더 커진다. 충북의 경우 방역·매몰 지원에 50억원을 이미 지출한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AI 보상비로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터지자 지자체들은 예상치 못했던 악재 때문에 곳간이 거덜 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구제역 역시 살처분 보상금의 20%를 지자체가 떠안게 되는데 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보상금 규모는 AI를 훌쩍 뛰어넘는다.
2003년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투입된 보상금과 생계안전자금, 방역비 등은 8천365억원이었다. 반면 2000년부터 터진 구제역으로 인해 투입된 혈세는 무려 3조3천128억원에 달했다. AI 방역·보상에 든 비용의 4배인 것이다.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면 재정적 부담으로 지자체 등골이 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번지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2010년 1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발생했던 구제역은 대부분 돼지에 집중됐었다.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는 소보다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내뿜을 뿐만 아니라 밀식 사육 탓에 살처분 마릿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지자체들은 전염병 미발생 농가의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국비로 100% 지원하고 발생 농가에 대해서도 기존 80%보다 많은 90%를 국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염병 보상금과 방역비 등을 대느라 지자체 금고가 바닥나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기존 재원 분담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앙 정부가 재정 부담을 더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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