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백신 접종해왔는데"…A형 발병 소식에 '긴장'
(연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죽을 지경입니다."
올해 수도권에서 첫 구제역이 발병한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한 젖소 농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어미 젖소와 송아지가 뛰어놀던 축사 안은 어느새 텅 비었다. 살처분된 소들이 매장된 땅 위로 남은 사료 등을 태우는 매캐한 연기만 코를 찔렀다.
"40년간 소를 키웠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9일 만난 농장주 A씨의 목소리에는 착잡함이 배어있었다.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도 A씨가 키우던 소는 한 마리도 상하지 않았다. "항상 사료 대신 풀을 많이 먹이고, 방목해 운동을 많이 하게 해 소를 정말 잘 키운다고 자부했었는데…" A씨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지난 8일 오전 이 농가의 소 10마리가 침을 흘리고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증상을 보이면서 A씨는 당국에 의심신고를 했다.
검사 결과 A형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고, 농장의 소 100마리가 살처분돼 플라스틱 대형 탱크 12개에 담겨 매장됐다.
관계 당국은 이날 매장된 땅을 정돈하고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료, 농사 집기류를 소각했다.
A씨는 "어차피 써야 할 약인데 아낄 이유가 없어서 예방 접종도 철저히 했고, 방역에도 전혀 소홀함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 입장에서 백신의 효과 여부에 대해 말하긴 힘들지만, 공무원들이나 농장에서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 근처에 삵이나 멧돼지 등 야생 동물들이 많이 오갔는데 이 동물들 때문에 (구제역이) 전염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역 축산 농가들은 이번에 확인된 게 O형 구제역이 아니라 A형이라는 소식에 큰 우려를 표했다.
연천에서 젖소를 키우는 한 농가 운영주는 "지금까지 연천군에서 사용하는 백신은 모두 O형 구제역 백신이었는데, A형이 발병했다고 하니 지금까지 백신을 열심히 주사한 것도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에서 발병한 구제역 바이러스 혈청형 A형은 2010년 1월 포천과 연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발병이 없었던 형으로 현재까지 유입경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비무장지대(DMZ)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야생동물 등 두 가지가 매개가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도는 도내 1만4천925개 유제류 가축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예방접종 여부를 점검하고, 오는 12일까지 민간 동물병원 수의사 90명을 동원해 소 42만3천 마리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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