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홍콩 매체의 한 간부가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사직서를 제출한 뒤 미국으로 도피하자 당국이 긴급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일 명보(明報)에 따르면 친중 홍콩매체 '홍콩상보(香港商報)'의 부편집장 출신 중국 언론인 룽전양(龍鎭洋·47)은 작년 말 중국이 문화혁명기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룽 전 부편집장은 명보에 2014년 홍콩의 도심 점거 시위를 지지하고 저장(浙江)성 내 교회 십자가 철거에 반대했다가 신문사와 관련 부처로부터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집국이 중국 선전(深천<土+川>)에 있는 홍콩상보가 당국의 십자가 철거에 항의하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기사를 삭제했다며 작년 8월부터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룽 전 부편집장은 중국을 떠나지 않으면 소리소문없이 살해될 것을 우려해 작년 4월 몰래 미국행을 준비해 현재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한 상태라며 모든 것을 무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공개적으로 정권을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0회 중국 유명 민주인사 시상식에 참석했다.
앞서 룽 전 부편집장은 홍콩상보에 제출한 친필 사직서에서 "최근 중국의 정치와 사회환경이 빠르게 문혁화하고 있어 정치 체제와 사회 개량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신앙과 신념상 이유로 중국공산당 정권이 장악한 홍콩상보를 위해 일할 수 없어 사직한다"고 말했다.
룽 전 부편집장은 광둥(廣東)성 우촨(吳川) 출신으로 창춘(長春)사범학원과 중국신문학원을 졸업했으며 광둥성 해외경제무역연구소와 선전특구보를 거쳐 2000년 말 홍콩상보에 입사했다.
선전시 공산당위원회 선전부는 전날 홍콩상보의 모 기업인 선전보업집단을 조사하고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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