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남구, 암컷 2마리 이송 마쳐…물 뿌리고 진정제 투여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일본의 돌고래가 배와 트럭을 타고 32시간을 이동해 울산으로 왔다.
행여 돌고래가 다치거나 지칠세라 수송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돌고래 수족관이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수입한 4∼5세 암컷 큰돌고래 2마리는 지난 8일 오전 7시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을 출발, 대장정에 올랐다.
출발 전 돌고래들은 각각 몸 크기에 맞춘 상자에 들어갔고, 이 상자들은 무진동 컨테이너 트럭에 적재됐다.
트럭은 207㎞를 달려 5시간 만에 오사카항에 도착, 부산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실렸다.
오후 3시 오사카항을 떠난 여객선은 밤을 꼬박 새우며 약 700㎞를 항해, 9일 오전 10시 10분께 부산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통관 절차를 마치고 한국의 육지로 내려선 트럭은 오전 11시 40분께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를 따돌리려고 경로를 바꾸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차를 타고 돌고래가 실린 트럭에 따라붙어 장생포로 향했다. 돌고래 수입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시위였던 셈이다.
혹시 모를 돌발 변수로 수송 차질을 우려한 트럭은 회원들을 따돌리고자 애초 예정된 부산-울산 고속도로 대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70㎞였던 수송 거리가 100㎞로 늘었다.
2시간여 만에 장생포에 도착한 돌고래들은 트럭에서 내려져 오후 2시 40분께 고래생태체험관 보조풀장으로 들어갔다.
이로써 장장 1천여㎞에 걸쳐 32시간이 걸린 여정이 마무리됐다.
그 긴 시간 동안 돌고래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다이지를 출발할 때부터 일본의 수의사와 간호사, 고래생태체험관 소속 사육사 2명 등 총 4명이 컨테이너 안에서 내내 돌고래를 보살폈다.
수송팀은 허파로 호흡하는 포유류인 돌고래가 익사하지 않도록 상자에 절반만 물을 채우고,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를 덮고 수시로 물을 뿌렸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정제를 투약하고, 얼음을 이용해 수온도 적절히 유지했다.
다행히 긴 여행 끝에 수조에 들어간 돌고래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밝혔다.
이송 과정에서 돌고래를 옆에서 보살핀 사육사는 "때때로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2마리 모두 별 탈 없이 얌전하게 왔다"면서 "현재로썬 컨디션에 문제가 없어 보이며, 당분간은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마리당 1억원씩 총 2억원을 들여 돌고래를 들여왔다.
다이지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금액 명세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마리당 구매비와 수송비가 각각 5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돌고래는 당분간 보조풀장에서 적응기를 거친 뒤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 전시돼 일반에 공개된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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