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부금 신고 의무화 법안 추진…"트럼프 당선으로 여건 갖춰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가 외국 기업, 단체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에 기부금 내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반발을 사고 있다고 AFP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로 작년 미국 대선에서 반 트럼프 진영에 섰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일부 헝가리 NGO들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헝가리 우파 여당 피데스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NGO가 내역을 신고하지 않으면 활동을 중단시키는 법안을 4월께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혔다.
피데스 소속 라요스 코사 의원은 "헝가리 국민은 NGO 활동 자금 중 외국에서 들어온 돈이 예산의 얼마를 차지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헝가리에서 더 활동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헝가리 NGO들은 강경 우파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집권 후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일부 NGO들은 이미 국내, 국외 기부금 명세를 신고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
피데스 부의장인 스지라르드 네메스는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소로스가 거대한 글로벌 자금과 정치적 정당성을 헝가리에 주입하고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런 가짜(fake) 단체들을 쓸어버리는 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적인 여건'도 갖춰졌다고 말했다. 발언 내용이 문제가 되자 헝가리 정부는 어떤 단체도 쫓아낼 의사는 없다고 부인했다.
2014년 오르반 총리 취임 이후 노르웨이의 지원을 받는 NGO들이 회계 관리 위반으로 조사받는 일도 있었는데 범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헝가리 정부의 NGO 압박을 경고하면서 시민사회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고 그가 당선된 뒤 가장 먼저 통화한 외국 정상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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