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로 핵포기 유도 못 해…北서 핵 포기 얘기하면 목 날아가"
국제콘퍼런스 토론서 주장…"北, 처음부터 제네바합의 이행 기대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홍국기 기자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9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의 토론자로 참석해 '선제타격을 하면 김정은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정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그 전에 김정은을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선제공격을 비밀리에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나 김정일도 그렇지만 독재자의 말로를 다 봤다. 살아남은 독재자는 없다"며 "김정은은 다 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아니더라도 어떤 인간이라도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는 것을 알면 마지막 발악을 한다"며 선제타격론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제네바 합의에 대해 북한의 '대사기극'이었다고 회고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무성 내에 처음부터 제네바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며 "북한 외무성 내에서 그때 제네바 합의를 어떻게 봤느냐면, 이것은 김정일과 클린턴의 사기 합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그때 김정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며 "김정일은 미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이 본 (당시 미국) 클린턴 정부의 셈법은 '북한을 들여다보니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며칠 못 가고 무너진다.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해서 스스로 붕괴하게 하겠는가'라는 것이었다"며 "결국 두(김정일-클린턴) 시간 작전이 대사기극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내에서는 제네바 합의가 나온 다음에 엄청난 내부 파장이 있었다"며 "(외무성과 전기공업성 등이) 제네바 합의를 원점부터 바로 잡을 것을 주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제네바 합의로 미국과 한국이 건설해주기로 한 경수로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북한 전력망으로는 배전할 수 없었다는 점을 꼽으면서 "내각 사람들이 다 들고 일어났다. 이건 매국노 협상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진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느냐, 아니면 진정한 핵 문제 해결을 믿지 않으면서 대사기를 쳐보겠느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만일 핵 동결로 간다면 그것은 빈말로 '안 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핵동결 이후 마지막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내부 요인으로 합의점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선)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내고 우리 핵무기를 내놓자고 제기할 수도 없다"며 "그 즉시 오늘의 핵 개발까지 온 김일성-김정일의 핵 업적을 말살하려는 놈으로 단박에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단언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한국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10조 달러를 내겠다면서 핵물질 등 무기시설을 내놓으라고 하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파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치자"며 "이 문건에 수표(사인)할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있겠느냐. 무슨 조건으로 (북한을) 믿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자문위원이기도 한 태 전 공사는 외부 강연과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은 있지만, 학술대회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작년 여름 입국한 태 전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뒤 12월부터 남한 사회에 정착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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