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아티스트 장영혜중공업, 아트선재서 아티스트 토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장영혜와 마크 보주로 구성된 장영혜중공업은 음악에 다국어 텍스트를 붙인 영상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이들의 개인전 '장영혜중공업―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 가족, 삼성,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영상과 배너, 인쇄물 등으로 구성됐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장영혜중공업이 9일 열린 관람객과의 대화에 나섰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2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지만, 이날 행사에선 사진이나 영상, 녹음 등 디지털 기록은 일절 금지됐다.
장영혜는 "가장 자연스러운 곳에서 이번 전시의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장을 보러 갈 때 마을버스를 이용해요. 광화문에서는 세월호를 비롯해 항상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다음에는 대기업 삼성의 배너를, 목적지 근처인 서울역에서는 노숙자나 또 다른 시위자들을 봅니다. 버스 승객들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대부분 돈, 사업 이야기죠. 그걸 보면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층 전시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는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따왔다.
원 문장이 한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 장영혜는 "한국의 모든 불행한 가정은 비슷하다. 무엇이겠냐"고 참석자들에게 질문했고, "돈"이라는 답변이 단박에 돌아왔다. 장영혜는 고객을 끄덕였다.
장영혜는 삼성을 계속 주제로 다루는 이유를 묻자 "강박 관념을 가지고 삼성을 택하진 않는다"면서 "'예술가는 복잡한 사고를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다'는 마크 로스코의 말처럼 간단한 형태로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으로 표상되는 대기업이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1999년 결성된 그룹 작명 배경에 대해 "한국에서는 대기업을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느냐. 우리도 사랑받고 싶고 강력한 힘을 가진 대기업처럼 느껴지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한 부분과도 겹친다.
장영혜는 아트선재센터 벽면에 내걸린 삼성 관련 배너가 글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종로구청에 의해 다음날 철거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배너는 작품인데 어떤 이는 선전 문구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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