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명 이주 기대했던 인권단체들 비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을 350명만 이주시킨 뒤 이 프로그램을 중단해 인권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굿윌 내무부 차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이른바 '둡스 개정법'에 따라 지금까지 200명의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이 영국에 도착했고,추가로 150명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굿윌 차관은 지역자치단체들이 2015~2016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월말까지 약 400명밖에 받을 수 없다는 답변들을 보내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디언은 굿윌 차관이 추가로 들어올 150명이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대상자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내무부가 그들이 마지막이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독일 나치를 피해 영국에 온 난민 출신인 둡스 영국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법은 보호자 없는 13세 미만 난민 아동의 수용 대상을 영국에 친척이 있지 않은 경우로 확대했다.
이전 관련 규정인 더블린 규정은 영국에 이들을 돌봐줄 친척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했다.
둡스 개정법은 전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지난해 5월 유럽의 난민 위기에 영국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거센 압력에 밀려 양보한 결과물이다. 유럽에 도착한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은 약 9만명으로 추정됐다.
이 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철거를 앞둔 프랑스 칼레 난민캠프인 '정글'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여자 아동들을 중심으로 54명이 처음으로 영국에 도착했다. 이들이 영국에 들어올 때 일부 언론들은 이들의 외모에 비춰볼 때 아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3천명의 난민 아동들이 영국에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다.
굿윌 차관은 지난 한해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 900명이 영국땅에 들아왔다면서 여기엔 프랑스 정부의 정글 철거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주시킨 750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더블린 규정에 따른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 수용도 중단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을 더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15년 전 유고슬라비아 내전 발발 이후 3년 동안 영국이 20만명의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인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고 전했다.
둡스 경은 "과거 니키 윈톤 경은 혼자서 아동 669명을 나치에서 구해 영국에 데려왔다. 내가 그 운 좋은 아동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나라가 새로운 난민 세대를 돕는 데 더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면 이는 그의 업적에 대한 끔찍한 배반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세이프 패시지'의 대변인 재넷 달리는 "우리 부모 세대는 1만명의 아동을 나치로부터 구했다"며 "가장 취약한 난민 아동들에게 문을 닫는 도널드 트럼프에 동참하려는가"라고 항의했다.
야당인 자유민주당 팀 패런 대표는 "작년 5월 모든 정당 의원들이 유럽 난민 위기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을 비난하면서 수천명의 아동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법 개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비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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