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은 르펜 못이겨…극우 집권 막는데 내가 적임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마크롱? 은행가 출신이므로 나보다 훨씬 돈에 얽힌 문제가 많을 것이다."
세비 횡령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프랑수아 피용(62) 전 프랑스 총리가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들에 대해 전방위 반격을 개시하며 대권 도전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에게는 "나보다 더 (돈에 얽힌)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일갈하고,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집권을 저지할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르몽드는 '분노한 피용이 전방위 반격에 나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피용이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한 발언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피용은 먼저 자신이 가족을 보좌관으로 허위고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에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입수한 검찰의 수사대상 중에는 세무관료와 지방의원은 있지만 국회의원은 없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담긴 '표적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조사를 "사법적 조작"이라고 규정한 피용은 당국이 언론에 수사정보를 유출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법무장관이 이에 대해 조사받을 때까지 결사적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검찰은 조만간 기소 여부를 포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피용은 사회당 소속인 클로드 바르톨론 하원의장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토로했다. 유력 원내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입법수장이 '나 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기업들과의 유착 의혹을 해명하면서는 최대 정적 마크롱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마크롱? 아무도 그에게 고객명단을 묻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나는 수입이 적은 편"이라면서 "(은행과 정부에서 거액의 자금을 다룬) 마크롱은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마크롱이 고객명단을 제시하면 자신도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마크롱은 현재 프랑스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일하던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 경제장관으로 입각했다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뒤 피용의 스캔들로 반사이익을 얻어 '승승장구' 중이다.
피용은 스캔들에서 탈출하기 위해 프랑스의 우파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마크롱을 탐탁지 않아 하고 우파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이 나라의 이념적 다수가 국민전선(FN)에 점령당할 수 있다"면서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자신이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크롱이 르펜에게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전혀 아니다. 내 유권자들이 이미 르펜으로 향하고 있다. 자기들의 후보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 거대한 분노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용은 FN이 잠식한 테러·안보 등의 이슈를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면서 "승리를 위한 승리가 아니라 국가 재건을 위해 승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르몽드는 피용의 발언을 전하면서 그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힌 뒤부터 자신을 '분노한 남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피용이 이어 피용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당내 세력을 상대로 집권 이후 총리 인선을 미끼로 반발기류 무마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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