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적 논쟁 직시로 유명…11일간 일정 돌입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장벽 부수는 방법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9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7회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멕시코 출신 유명 배우 디에고 루나가 기자들에게 영화제 참석 목적의 일단을 이렇게 밝혔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동시대의 논쟁적 정치, 사회 의제를 직시하는 것으로 명성 높은 베를린영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그것을 웅변하는 분위기로 서막을 알렸다.
루나는 "이곳에는 (장벽 붕괴 또는 파괴) 전문가가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에 얻게 되는 지식을 멕시코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결국 사랑의 메시지여야 할 것이다"라며 "왜냐하면 그것만이 증오에 맞설 유일한 방도이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현대사의 기적으로 불리는 1989년 11월의 베를린장벽 붕괴는 이듬해 독일 통일을 가져왔다. 대개 장벽이 '붕괴'한 것으로 표현되지만, 장벽은 사실 구동독 민중들의 자유투쟁 과정에서 '파괴'됐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기술이다.
할리우드 명장 폴 베호벤 감독이 이끄는 올해 심사위원단 7명 중 한 명인 할리우드 여배우 매기 질렌홀은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미국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저항할 태세가 돼 있음을 알리고 싶다면서 "흥미진진한 시간"이라고 영화제 참석 소감을 밝혔다.
다만, 베호벤 심사위원장은 "정치적 편견을 배제하고 영화의 질(質)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18개 작품이 선정된 가운데 오는 19일 폐막 때까지 약 400편을 상영한다. 이 18개 작품 중에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있다.
통신은 소수자 인권, 이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선보인다고 요약했다.
영화제는 이날 전설적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장고 라인하르트의 삶을 다룬 프랑스 에티엔 코마르 감독의 '장고'를 개막작으로 상영하고 11일간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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