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내외 만나러 출국했다 16일 귀국…"여러사람 만나며 할 수 있는 일 찾겠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귀국한 지 약 한 달 만인 9일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케냐 사무소에 근무 중인 차녀 현희씨 내외를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1시 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항공 EK323편을 타고 두바이를 거쳐 케냐로 향했다.
지지자들과 시민들로 인천공항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한 달 전 귀국 당시와 달리, 이날 반 총장의 출국 행사는 조용히 진행됐다.
반 총장은 오후 10시 15분께 김숙 전 주(駐)유엔 대사, 김봉현 전 주 호주대사,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도운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등 최측근 몇명만 대동한 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반 총장은 검은 양복에 노란빛 계열의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출국장 앞에는 지지자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 총장은 한 사람씩 악수를 하며 출국 인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 사회가 촛불과 태극기 세력으로 나뉘어 분열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극단적인 대립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늘 얘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양 진영으로 갈라져 있어 바람직 하지 않다"며 "개개인 국민들의 생각하는 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좋고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있는 일이지만, 어느 한 문제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저를 지지해온 여러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평소 느낀 바를 설명하고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이, 정치인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국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마다 감동을 더 많이 받는다"며 "그분들 모두 우리 정치인들이 사회의 단합화 화해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불출마 선언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언급할 일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얼마든지…(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귀국 후 다른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보겠다"며 "국가발전을 위해 여러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출국장 앞에는 각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지지자 20여명이 모여 '반기문 전 사무총장님, 우리도 해외에서 그 사랑을 느끼고 왔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총장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들에게 "유엔 사무총장으로 방방곡곡 다닐 때 자원봉사 청소년들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 여러분들이 눈을 세계로 돌려서 세계시민이 돼야 함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고맙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케냐에서 둘째 딸 내외를 만나면서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유엔 직원들을 격려하고 나서 16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귀국 20일 만에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개인적인 일정을 보냈다.
지난 7일에는 전남 고흥 소록도병원을 찾아 한센인과 병원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을 만나 격려하고 위로했다. 반 전 총장의 소록도 방문은 인터넷 동호회 사설 게시판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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