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남부 오지에 있는 한 시의회 선거가 기혼여성의 참정권이 제한되는 바람에 무효로 처리됐다.
9일(현지시간)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오악사카 주 선거재판소는 원주민이 많이 사는 산 후안 아치우틀라에서 지난해 10월 치러진 시의원 선거 결과를 무효로 판결했다.
주 선거재판소는 전날 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기혼여성 22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투표 결과는 무효라며 재선거를 시행하도록 명령했다.
시 정부 관리들이 해당 기혼여성들이 지역사회 공동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등 공동체 사회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거리 청소, 학교 보수 등과 같은 공동노동에 참여한 남성은 물론 미혼 여성과 미망인들은 투표가 허용됐다.
산 후안 아치우틀라에서는 이런 공동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해당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선출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당 여성들은 투표 참여가 봉쇄되자 주 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다.
오악사카 주는 원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등 스페인 식민지 이전 멕시코의 전통문화와 관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대식 정당 체제나 문화를 수용하기보다는 공동체 중심의 관습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산티아고 마타틀란 시에서는 주민들이 경찰의 만류에도 40대 남성을 도둑으로 오인해 구타하고 산채로 화형에 처하는 이른바 공동체에 의한 '즉결심판'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