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좌충우돌 속 호주와 중국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밀월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를 방문 중이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밤 만찬을 마무리하면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의 양 볼에 입을 맞췄다.
이는 왕이 부장을 수행하던 관리들로부터 이례적인 제스처로 많이 언급됐다.
이처럼 호주와 중국 사이에 온기가 더해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있으며 말과 제스처로 나타나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0일 보도했다.
이번 주 초 양국 간 제4차 연례 외교전략대화에 참가하기 위한 왕이 부장의 호주 방문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왕이 부장은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3국 간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을 "냉전의 유물"이라던 통상적인 비난 조의 '설교'도 하지 않았다.
또 비숍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호주는 계속 미국의 동맹이 되면서 동시에 중국에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중국이 호주가 채택하고 있는 이 같은 구상을 인정하기는 처음이라는 것이 이 신문의 지적이다.
두 사람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조만간 호주를 방문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중국 총리는 10년 만에 호주를 찾게 된다.
이밖에 두 사람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무역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특히 비숍 장관은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중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나라는 양국 수교 45주년을 맞아 오는 20일 베이징에서 장관급 경제회담을 열고 협력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중국 언론도 "양국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비숍 장관의 말을 전하며 두 나라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도 왕이의 호주 방문을 통해 두 나라 관계가 계속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 사이에서는 호주가 미국을 외면한 채 중국 관계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맬컴 턴불 호주 총리 박대에 대한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와 지난달 말 통화하면서 "최악의 통화"라며 막말을 하고 전화를 일찍 끊어버리는 등 무례한 언행을 한 것으로 최근 폭로되면서 호주 국민의 반발을 샀다.
한편, 비숍 장관은 왕이 부장으로부터 미국이 호주 등 11개국과의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의도를 밝힌 데 대한 질문을 받자, 이익을 보는 쪽은 미국이라며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답을 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호주와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2005년 발효됐고, 미국의 무역흑자는 10여 년 만에 연간 140억 호주달러(12조3천억원)에서 250억 호주달러(22조원)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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