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측, 헌재에 '7시간 행적' 의견서…"중대본서 학생들 갇힌 사실 인지"
대통령측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 했다…선사·감독기관 잘못 복합된 참사"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가서야 학생들이 세월호 선체 내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 측이 주장했다.
국회 측은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준비서면을 공개하고 "당시 대통령이 중대본에서 안전행정부 2차관의 설명을 듣고서야 학생들이 침몰한 배 안에 갇혀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측에 따르면 당시 노란색 민방위 복을 입고 오후 5시 15분께 중대본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라고 물었다.
이에 안행부 2차관이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갇혀 있어…그래서 지금도 동원을 하고 있는 걸로 알지만 중대본을 중심으로 동원 가능한 인력·장비를 다 동원해 최선을 다 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측은 당시 이러한 '구명조끼' 발언이 뱃속에 갇힌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떠 있을 것이니 구조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그 후에 박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갇혀있어…"라고 한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이 학생들이 배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명조끼' 질문을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당일 관저에서 근무한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할 필요가 없던 머리 손질을 다시 했다며 "당일 오후 9시부터 오후 3시 35분 사이에 머리가 흐트러질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은 스스로 주장에 의하더라도 세월호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후임에도 청담동에 있던 10년 단골 미용사를 불렀으며 미용사는 오후 3시 22분부터 4시 47분까지 1시간 15분간 청와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외교 행사 등 외모가 중요한 일정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었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당일 오전 8시 30분께 대통령의 머리가 단정하고 기본 메이크업이 돼 있었다고 증언했다"며 "박 대통령은 머리 손질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국회의 이번 의견서는 지난 1월 박 대통령 측이 스스로 밝힌 '7시간 행적'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헌재는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으나 대통령 측은 이달 7일 공개한 '소추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에서 "이미 제출한 서면으로 갈음하겠다"며 상세한 추가 설명을 거부했다.
다만, 박 대통령 측은 일관되게 "당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 보고를 받고 사고 사실을 인지한 뒤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도 지난 7일 변론 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에) 정치적 책임은 모르겠지만, 법률적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차장을 지낸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변론 증인으로 나와 세월호 참사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상업성에 매몰된 선박회사와 적시 판단·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해양경찰청의 잘못에 빠른 속도로 진행된 사고가 복합된 참사여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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