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북핵·남중국해·통상마찰' 숙제도 여전
NYT "통화 전 '하나의 중국' 놓고 백악관 회의"·"中, 전화통화 유출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할 것이란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 간 냉랭했던 관계가 풀릴지 주목된다.
트럼프 정권 들어 미국과 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 문제가 해결되면서 일단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는 만들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사이 금기를 깬 통화가 첫 시작이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양국관계의 원칙으로 자리 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든 통화였다.
하나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꿋꿋이 '반(反)중국' 행보를 지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와 통상을 책임질 수장 자리에 대중 강경파들을 배치해 중국과의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모양새도 내비쳤다.
지난해 말 중국이 미 해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중도 내비치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지난달 중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를 하면서도 시 주석은 전화 상대 목록에 올려놓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들이 그동안 중국에 전한 춘제(春節·설) 인사를 41년 만에 생략하자 '의도적 홀대'라는 분석도 나왔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양국 관계에 해빙의 기운이 감돈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뒤늦은 '새해 인사'를 하고 나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민이 행복한 '원소절'(元宵節·정월대보름)과 번영하는 '닭의 해'를 보내기를 기원하면서 양국의 '건설적 관계'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친김에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며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통화에서 시 주석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를 표시했다.
양국 정상 간의 통화가 이뤄지기 전 미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대응을 논의하는 회의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미국이 교착 상태에 놓인 양국 관계를 해결하려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백악관 회의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만 총통의 통화로 화가 난 시 주석이 그(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일주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14일 이래 미국 대통령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정부 관료들은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을 공식 인정한 후에야만 양국 정상이 대화를 할 것이라 관측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과 한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해당국 정상이 곤욕을 치른 터라 미국과 중국이 정상 간 통화를 위해 사전 교감작업을 긴밀하게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통화 전 기사에서 베이징에 있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굴욕을 당해 세부 내용이 미 언론에 보도되는 게 중국 측이 불안해하는 점"이라고 전했다.
일각의 걱정과는 달리 백악관은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대단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관계의 핵심 갈등 요인이었던 하나의 중국 문제가 풀리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초석은 마련됐다.
다만 북한 핵 문제, 남중국해 갈등. 환율, 무역문제 등 양국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해빙으로 가는 길에 험로가 예상된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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