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수단급 미사일 시험발사도 영향…ICBM 발사시 논란 확산 전망
아산정책硏 설문조사, '선제타격 피해야' 50%·'필요하다' 43%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견해 엇갈려…"북한과 기 싸움 성격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김호준 홍국기 기자 = 북한이 12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이번 무수단급(사거리 3천~3천500㎞) 개량형 추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북한은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해 이미 예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선제타격론' 검토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선제타격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선제타격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하지만, 대북 압박수단의 하나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산정책연구원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작년 9월 9일부터 10월 14일까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사한 결과, '전쟁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1%로 '확전 가능성이 있지만 필요하다'(43.2%)는 응답보다 많았다.
그러나 3년 전인 2013년 9월에 실시한 같은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선제타격은 피해야 한다'는 응답은 59.1%에서 9%포인트 감소했고, '필요하다'는 견해는 36.3%에서 6.9%포인트 증가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국민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현실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선제타격 거론조차 않은 것은 곤란…손발 묶으면 전면전 안 일어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인준 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한을 역내 및 글로벌 안보에 '가장 중대한 위협'(the leading threat)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면서 새로운 대북접근법과 관련해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인 그의 언급은 비핵화 협상에 관한 외교적 조치는 물론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군사적 조치까지 열어놓고 전방위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군 장성 출신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킬 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등 (우리 군의) 3축 체제 중 킬 체인이 선제타격"이라며 "우리도 선제타격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선제타격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하면 서울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핵무기를) 맞아버리면 회복 불능"이라며 "북한의 공격 징후가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미사일로 지휘부를 타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언급하는 대북 선제공격론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압박수단이기도 하다.
문 센터장은 "그동안 북한의 핵 문제는 외교로 해결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북한의 기만에 넘어갔고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꼴"이라며 "미국으로서는 김정은을 비핵화 자리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의 하나로 과거에는 거론하지 않았던 군사적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면전 위험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그걸 염두에 둔 조치를 해야 한다. 전면전 위험을 논하기 전에, 이것이 두려워서 그 자체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상대의 손발을 묶으면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제타격을 대북 옵션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 연구위원도 선제타격에 대해 "상대방이 핵 공격능력이 없다면 거론해서도 안 되고 할 이유조차 없다"며 "그런데 한반도 정세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선제공격 논의는 당연하다. 우리에게 이런 극단적 수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끔 북한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은 "선제타격 능력은 쓰고 안 쓰고를 떠나서 국가가 당연히 갖춰야 할 능력"이라며 "특히 북한처럼 핵 능력이 있고 핵으로 위협하는 한반도 정세에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선제타격하면 민족적 재앙…한반도 통일 안 될 가능성 크다"
대북 선제타격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민족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놓는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선제타격의 전제가 북한이 핵을 이용해 대남 적화 야욕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게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선제공격을 해서 북한이 방사포를 남쪽으로 쏘는 상황에서 (한미가) 북한으로 밀고 올라간다면 아마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분단) 현상이 유지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미국은 다치는 것 없고 우리만 쑥대밭이 된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 강남 다 무너지고 통일은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우리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곧바로 한미동맹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선제공격하자는 주장은 반미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선제타격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실제로 하겠다는 것보다는 선제타격 얘기도 거침없이 하겠다는, 일종의 북한과의 기 싸움 성격으로 보인다"며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국제 콘퍼런스의 토론자로 참석해 '선제타격을 하면 김정은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정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그 전에 김정은을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선제공격을 비밀리에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나 김정일도 그렇지만 독재자의 말로를 다 봤다. 살아남은 독재자는 없다"며 "김정은은 다 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아니더라도 어떤 인간이라도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는 것을 알면 마지막 발악을 한다"며 선제타격론에 우려를 표명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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