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 가족'으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똑 부러지는 말투, 까칠한 성격, 도도한 이미지.
이요원(37)이 지난 한해 드라마 '황금의 제국', '욱씨남정기', '불야성'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쌓은 이미지다.
'외과 의사 봉달희'(2007), '마의'(2012) 등 20대와 30대 초반에 그가 주로 맡았던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그래, 가족'에서도 이요원은 톡 쏘는 말투에 공격적인 성격을 지닌 방송사 10년차 기자 오수경역을 맡았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요원은 이미지가 바뀌고 나서 오히려 여성팬들이 늘었다고 웃었다.
"예전에는 캔디형 여주인공이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역할을 주로 했죠. 어렸을 때부터 커리어우먼, 멋있는 도시 여자 역할에 대한 동경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제 이미지가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러다 작년에 처음 재벌 역할을 했는데, 이렇게 도회적인 이미지로 굳혀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덕분에 새로운 여성팬들이 많이 늘었죠."
마대윤 감독의 '그래, 가족'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갑자기 생면부지의 11살 막냇동생 오낙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4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영화다.
무능력한 장남(정만식), 까칠한 성격의 둘째(이요원), 끼없는 만년 알바생 셋째(이솜) 등 남남처럼 지내던 3남매는 낙이의 등장으로 조금씩 마음에 쌓였던 미움과 오해를 덜어낸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첫 월급부터 차압당한 오수경은 자신에게만 기대는 가족에 진저리를 낸다.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려고 방송국 입사 후 10년간 휴가도 없이 일하며 뉴욕 특파원 발령만을 기다렸지만, '금수저' 후배에 밀려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서 낙담한다.
이요원은 이 작품에서도 절제된 감정으로 또박또박 할 말을 하는 그만의 독특한 대사 연기를 선보인다.
"수경이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래서 형제자매들과 부딪히는 까칠까칠한 돌멩이처럼 연기하려 했죠. 발음은 일부러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생활연기를 해보지 않아서 그런 측면도 있고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집중하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하면서 보잖아요. 그래서 TV를 잠깐 못보다라도 극 중 인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하므로 발음이 중요하죠."
1998년 영화 '남자의 향기'로 데뷔한 이요원은 연기생활을 한 지 20년이 됐다. 여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했을 뿐만 아니라 또래 여배우들과 달리 스물넷의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제가 너무 옛날에 결혼해서 결혼과 출산이 연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선택하면서 연기를 했죠. 제 성격요? 실제로 까칠하고 예민한 편이에요. 가식을 떨거나 이런 거 잘 못 해요. 솔직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어렸을 때보다 조금 둥글둥글해졌지만, 예전에는 낯을 워낙 많이 가려서 언론 인터뷰도 잘하질 못했죠. 인간관계도 넓지 못하고 소수정예로 쭉 가는 편입니다."
이요원은 워킹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지난해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AMP) 과정을 수료하는 등 학업에도 욕심을 냈다.
영화배우로도 욕심이 있지만, 시나리오가 자주 들어오진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계속 찍고 싶었지만, 사실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도 제게 들어온 유일한 시나리오죠. 흥행은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의 한국영화와 달리 오랜만에 나온 가족 영화인 만큼 기대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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