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보물 설치 '치고 빠지기'에 현장 적발 어려워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시 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A(41·여)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길거리에서 주워 온 전단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신용카드 크기의 전단에는 오색의 글씨로 유흥주점을 소개하는 문구와 함께 반나체의 젊은 여성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A씨는 "다시는 이런 것 줍지 말라고 아들을 야단쳤지만, 길목 곳곳에 널브러진 불량 전단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노출된 게 현실"이라며 "시와 구가 불법 전단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와 지자체에서 개학기나 방학기에 관내 학교 주변 지역 불법 유해광고를 단속하고 있지만, 업소 직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신출귀몰하며 전단을 뿌리는 데는 속수무책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빌라 분양을 홍보하는 불법 현수막도 도심 곳곳을 점령하며 미관을 해치거나 신호등을 가리는 등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
현수막 업체들은 접이식 사다리를 승용차에 싣고 다니며 도심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현수막을 건다.
서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분양사 직원들이 1.5t 트럭에 대형 사다리를 싣고 불법 홍보물을 설치했다. 눈에 잘 띄어 현장 적발이 종종 이뤄졌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최장 2.6m까지 늘어나는 알파벳 'H'형 접이식 사다리가 등장하면서 설치 속도가 빨라져 현장 적발은 거의 없다"며 혀를 찼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유동 광고물 정비 건수는 876만6천185건으로 2015년(765만9천302건) 대비 1.2배 증가했다.
반면 불법 고정 광고물 정비 건수는 2015년 4천450건에서 2016년 3천590건으로 856건이 줄어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불법 유동 광고물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16년 3천94건(38억5천341만5천원)으로 2015년 1천179건(15억1천228만4천원)에 비해 2.7배(1천870건) 늘었다.
지난해 정비된 불법 유동 광고물 현황으로는 전단이 54.5%로 가장 많았고 벽보 26%, 현수막 19%, 입간판 등 기타 0.5%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 유동 광고물이 활개를 치자 인천시와 각 군·구는 올해 '수거보상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수거보상제는 불법 유동 광고물을 수거해 각 동 주민센터 등에 제출하면 광고물 크기에 따라 300원∼1천원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인천시는 올해 상반기 수거보상제 예산 3억원을 8개 구에 편성했다. 각 구는 시비에 구비를 추가해 지역 특성에 맞게 수거보상제를 시행한다. 옹진·강화군은 자체 예산으로 한다.
충북 청주시는 수거보상제에 노인 참여를 독려해 노인 일자리와 도시미관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 불법 광고물 3천700만장을 수거하고 보상금으로 9억3천만원을 지급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인천지역 수거보상제 지급액은 하루 최대 2만원, 월 최대 20만원에 그쳐 주민 참여율은 좀 지켜봐야 한다. 서울은 한도가 훨씬 높아 100만원대를 넘는 것으로 들었다"며 "첫 시행이라서 예산이 많이 편성되지 않았지만, 효과가 있다면 점차 예산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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