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종아리 부상에 감기몸살까지…각종 불운 겪었던 시즌
평창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마지막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목표를 잡았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7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 및 2018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선수권 대회 2연패를 달성함과 동시에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온전하지 못한 몸 상태도 목표 설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상화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총 6차례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 모든 힘을 쏟을 수 없다.
그는 '올림픽 리허설'인 세계선수권 대회에 맞춰 몸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 미세 손상 부상을 입으며 삐거덕댔다.
이상화는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월드컵 4차 대회까지 성적을 종합해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나머지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작년 11월 일본 나가노 월드컵 2차 대회 500m에서 2위, 1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월드컵 3차 대회 500m 1차 레이스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차 레이스는 감기몸살 증세로 포기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선 불운이 잇따랐다. 그는 코너링 실수를 해 여자 500m에서 9위를 기록했다.
결국, 이상화는 2009-2010시즌 이후 7년 만에 금메달 없이 월드컵 시리즈를 마감했다.
그 사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접수했다.
나오는 출전한 모든 월드컵 대회 500m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나오에게 전패했다.
세계랭킹은 7위까지 떨어졌다.
주변에선 이상화를 찔러댔다. '한물갔다', '올림픽 3연패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라며 흔들었다. 하지만 이상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친 뒤 깨끗이 시즌을 접고 몸 관리에 들어갔다.
각종 재활훈련과 치료를 곁들이며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만 바라봤다.
이상화는 10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500m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올 시즌 월드컵 500m 금메달 6개를 휩쓸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나오와 세계랭킹 2위 쓰지 마키(이상 일본), 세계랭킹 3위 위징(중국)과 정면대결을 펼쳤다.
이상화는 첫 100m 기록을 10초32, 전체 2위의 성적으로 끊은 뒤 무서운 페이스로 결승선을 끊었다.
전광판엔 37초48,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 찍혔다.
비록 우승은 일본 신기록을 세운 고다이라에게 내줬지만, 이상화는 활짝 웃었다.
이상화는 "올 시즌 내내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오늘 성적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찾은 이상화는 2월 말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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