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 'O+A형' 백신 접종…보은 제외한 10개 시군 한·육우 '위험'
"백신 수입해 추가접종 해도 항체 생기려면 최소 2주 이상 걸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구제역 백신 부족으로 충북 지역 소 4마리 중 3마리는 경기 연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에는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2건의 구제역은 모두 'O형'이었지만,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산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오는 12일까지 공무원 459명, 공중방역수의사 44명, 생산자단체 8명 등 511명을 투입해 도내 모든 소 사육농장을 대상으로 긴급 백신 접종을 추진 중이다.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내 젖소 2천347마리와 한·육우 2만7천124마리는 우선 접종을 마쳤다.
젖소 농가가 상대적으로 구제역에 취약하다고 판단, 보은군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 젖소 농가 300곳(2만515마리)도 접종을 마친 상태다.
나머지 10개 시·군의 한·육우는 6천186농가 18만1천350마리인데, 전날까지 60%가량 접종이 진행됐다.
현재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백신은 O형 구제역에만 효과가 있는 단가 백신이다. 'O+A형' 백신(2가 백신)이 부족한 탓이다.
원래 충북도가 보유한 백신의 80%가 A형과 O형 모두 예방 효과가 있는 2가 백신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전국에서 3번째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 젖소 사육농가의 바이러스가 'A형'으로 판명 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든 지자체에 2가 백신 접종을 중단시켰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대부분 'O형'이었기 때문에 이 유형에 적합한 백신 위주로 물량을 확보해왔다.
그러다 'A형' 바이러스가 출현하자 또다시 발생하는 지역에 우선 지원코자 물량을 비축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2가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충북도는 지난 8일 이후 2가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일선 농가에 'O형' 단가 백신만 지급하고 있다.
이전까지 2가 백신을 맞은 소는 우선 접종 대상이었던 보은군 내 소와 도내 전체 젖소, 지난 8일까지 접종이 이뤄진 한·육우(전체 대상의 10%정도) 등 5만3천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도내에서 사육되는 전체 소 마릿수가 23만1천336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A형'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질 수 있는 소는 23%에 불과하다.
반대로 말하면 도내 소 4마리 중 3마리는 'A형' 구제역에 무방비 상태라는 얘기다.
정부가 영국에서 2가 백신을 새로 수입하기로 했지만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또다시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사이 'A형' 구제역이 퍼지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내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하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되는 건 맞지만, 앞서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 2건이 모두 'O형'인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확보된 'O형' 백신 접종이 서둘러 완료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나흘 뒤인 지난 9일 이곳과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에서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 농장과 인근 농장 등 7곳에서 654마리의 소가 살처분·매몰됐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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