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반짝거리는 민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오른 조 새트리아니(60)는 별명대로 '외계인' 같았다.
단순히 그를 대표하는 앨범이 '서핑 위드 디 에일리언'(Surfing With The Alien)이라거나 이 앨범의 재킷에 마블 코믹스 캐릭터인 실버 서퍼(Silver Surfer)가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기타 연주는 지구인이 넘을 수 없는 벽 저 너머에 있는 듯했다. 실험적인 작법과 드라마틱한 전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주 실력. 조 새트리아니가 빚어내는 사운드에는 말 그대로 '우주의 기운'이 흘러넘쳤다.
10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조 새트리아니의 첫 내한공연은 그가 왜 '외계인'이자 '기타리스트들의 구루(Guru)'로 불리는지를 웅변하는 무대였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돈 한파에서도 공연장을 가득 메운 1천200여 명의 관객들은 '우주의 기운'에 빠져들었다.
조 새트리아니는 이번 공연에서 '플라잉 인 어 블루 드림'(Flying In A Blue Dream)과 '아이스 나인'(Ice 9), '크리스털 플래닛'(Crystal Planet), '서머 송'(Summer Song), '새치 부기'(Satch Boogie) 등 20곡을 120여 분 동안 선보였다.
오프닝 영상이 흐르고 브라이언 벨러(베이스), 마르코 미네만(드럼), 마이크 키닐리(리듬 기타·키보드)와 함께 조 새트리아니는 지난해 발표한 정규 15집 수록곡 '쇼크웨이브 슈퍼노바'(Shockwave Supernova)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인 '플라잉 인 어 블루 드림'과 '아이스 나인'을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경쾌한 리프가 인상적인 '아이스 나인'에서는 마이크 키닐리와 환상적인 트윈 기타 호흡을 선보였으며 창의력 넘치는 즉흥 연주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조 새트리아니는 1980∼1990년대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
1986년 정규 1집 '낫 오브 디스 어스'(Not Of This Earth)로 데뷔했으며 지난해 '쇼크웨이브 슈퍼노바'까지 총 15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록과 재즈, 블루스, 펑크(funk),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왔으며, 그래미 어워드에 총 15차례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그의 문하에서 스티브 바이,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 등 세계 최정상급 기타리스트들이 배출됐다는 점에서 '기타리스트들의 스승'으로도 불린다.
스피드와 정확성을 겸비한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그의 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발동작까지를 쫓아가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조 새트리아니는 태핑, 볼륨 등 다양한 주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편 페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자기타만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또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관객들에게 이 노래를 헌정한다"며 자신의 곡 '프렌즈'(Friends)를 선보여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감미로운 발라드곡 '버터플라이 앤드 지브라'(Butterfly and Zebra)를 연주하기에 앞서서는 "나비와 얼룩말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상상하며 이 노래를 썼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현란한 핑거링에 의한 부드러운 속주와 다채로운 톤 메이킹의 향연, 한 마디로 조 새트리아니의 이번 공연은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또 그가 마냥 날카로운 속주만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올웨이즈 위드 미, 올웨이즈 위드 유'(Always With Me, Always With You)에서는 유려한 멜로디와 완급조절로 로맨틱한 감각을 뽐냈다.
아울러 관객들은 '크라우드 챈트'(Crowd Chant)에서 허밍으로 조 새트리아니의 기타 사운드를 따라 부르며 그의 열정적 연주에 화답했다.
화려한 속주로 유명한 '새치 부기'를 엔딩 곡으로 선보인 조 새트리아니는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올라 '빅 배드 문'(Big Bad Moon)과 '서핑 위드 더 에일리언'을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또 "초대해줘서 고맙다. 여러분은 정말 멋진 관객"이라며 팬들을 치켜세웠다.
30여 년 동안 '외계인'의 내한을 기다린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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