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벌금형 선고…"필요한 일이므로 계속하겠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의 프랑스 입국을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30대 농부에게 가벼운 벌금형이 내려졌다.
10일(현지시간) 니스 마탱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니스 경범재판소는 이날 오전 농민 세드릭 에루(37)에게 3천 유로(366만원)의 벌금형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에루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온 아프리카인들이 프랑스 국경을 넘도록 도와줬다가 법정에 섰다.
검찰은 그가 불법체류의 방조를 금지하는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징역 5년과 3만 유로(3천800만원)의 벌금에 철할 수 있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에루의 행동이 난민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법입국을 도와줬다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재판부가 에루에게 검찰 구형량에 비해 가벼운 처분을 내린 것은 그의 행동을 정의롭고 인도주의적인 일로 여기는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이 맞닿은 지역에서 올리브 농장을 운영해온 그는 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불법 이민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2015년부터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차음에는 가까운 동네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수준이었지만, 작년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이후 출입국 관리 심사가 엄격해지자 이민자들을 몰래 프랑스로 데려와 잠자리와 먹을 것까지 제공했다.
작년 10월에는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프랑스 국영철도회사 소유의 휴가지를 무단 점거해 자신의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그가 법정에 서자 그의 행동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법원 앞에 운집해 응원하기도 했다.
에루는 판결 직후 "이 일은 필요한 일이므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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