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점포·젊은고객 유치 총력…SNS '맛집 성지' 부상, 매출 30%↑
이름·시설·콘텐츠 "다 바꿔"…"기존 상인과 동반성장 장치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충북 충주 최초의 상가형 시장인 중앙공설시장에 전통시장과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색 공간 '플래닛 9'가 최근 들어섰다.
많은 시장 상인들에게는 이름부터 낯선 이 곳은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멀티카페다.
4억4천700만원을 들여 다양한 게임 부스와 만화카페를 마련했고, 한창 멋을 부릴 나이의 여성 청소년을 위한 뷰티룸도 설치했다.
70년 전통을 지닌 중앙공설시장은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의 놀이터이자 문화공간이었다.
지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쫄면과 김밥으로 유명한 분식집과 순댓집, 교복집 등이 몰려 있어 골목마다 삼삼오오 짝지은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남녀 학생들이 넘쳐났다.
멀티카페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시장 상인과 충주시가 손잡고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음악회와 미용 수업, 청소년 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수시로 마련된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뜻에서 아예 시장 이름도 '중앙어울림시장'으로 바꿨다.
'어르신'들의 장보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전통시장이 젊은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떠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낡은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젊은층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생존마저 위협받는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아울러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충주 남부시장은 대학생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전통시장에 접목하기 위해 한국교통대와 손을 맞잡았다.
남부시장은 특화상품 개발과 마케팅, 최근 소비자 트렌드 및 마케팅 기법 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에 걸친 협력 사업으로 매출 증대를 꾀한다.
시장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요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상품과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며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해 온 제천 중앙시장은 기존 상인과 청년 창업자들과의 시너지 효과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천시는 중앙시장 '제천 청풀(FULL)몰'을 이름처럼 청년이 가득한 시장으로 만들어 의림지와 청풍호를 잇는 도심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신진 작가와 대학생을 위한 전시 프로그램 및 공예품 전시·판매 공간을 확충하고 어린이 놀이방도 갖춰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부담 없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청년창업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활기를 찾아가는 전통시장도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해 6월 청년상인 점포가 입주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현시장도 그중 한 곳이다.
길이 230여m, 폭 2m 남짓한 골목에 100여 개 점포가 늘어선 인현시장은 청년 점주들이 운영하는 가죽 공방과 캘리그라피·수공예품 가게, 일러스트 매거진·디자인 상품 판매점 등이 들어선 이후 한층 활력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산 남영역 주변의 침체된 인쇄 골목에 조성된 청년몰도 반응이 뜨겁다.
인근 주민의 소비력을 감안해 철판 요리와 감자튀김 등 젊은이 입맛을 겨냥한 전략적 업종으로 형성된 새로운 상권이 성공 조짐을 보인다.
특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주 남부시장은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빈 곳을 재배치해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한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수제 디저트, 디자인 상품, 패션 상품, 보드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상점이 잇따라 생겨났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금∼토요일 열리는 야시장에는 많을 때는 1만 명이 넘게 찾는다.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뜨는 전통시장도 있다.
충북 단양 구경시장은 지역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로 큰 인기를 얻으며 SNS에서 맛집 탐방 '성지'로 떠올랐다.
구경시장은 황토 마늘을 재료로 한 음식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린다.
지난해 30% 정도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유통액도 45%가량 늘어났다.
전통시장의 쇠퇴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라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통시장에 대한 애정이 있는 고령층 소비자만으로는 시장이 유지될 수 없다"며 "청년 점포 지원 확대 등 분위기 쇄신을 통해 가족이 함께 쇼핑을 즐길 만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상인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 등 청년상인과의 갈등 해결과 공동 마케팅을 비롯해 동반성장을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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